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듯한'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이 말로 대신한 것이다. 이 총재는 경제문제도 기업규제보다는 게임의 룰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반듯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자금의 사용내역을 밝히겠다고 약속한 것도 공정한 룰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듯하다. [ 대담 = 김영규 정치부장 ] ----------------------------------------------------------------- -올해는 양대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깨끗한 선거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중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한경이 캐치프레이즈로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고 정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큰 소망을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돈정치, 가신정치, 지역주의 정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그리고 정치보복 같은 구태정치는 반드시 청산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당은 '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지난해는 '국민우선의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올들어 화두가 '반듯한 나라'로 바뀐것 같습니다. "국민 우선의 정치는 그대로 계속됩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한나라당의 기본 정책입니다. 동시에 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반듯한 나라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경제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경제는 게임의 룰이 확립돼 지켜지는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정치후원금 문제입니다. 선거자금을 어떻게 동원하시겠습니까. 대선자금을 공개하실 용의는 있으신지요. "지난 16대 총선때도 여러 사람이 선거자금을 걱정했지만 큰 무리 없이 치렀습니다. 국고보조금이나 당의 후원금 등으로 선거를 치러낸 것이지요. 대선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법이 주는 돈, 법에 따라 후원자들이 주는 돈으로 선거를 치를 겁니다.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치자금의 출처와 용처도 국민 앞에 떳떳이 밝힐 것입니다" -기업들의 또 다른 걱정은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경제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기업규제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과거 국무총리 시절 총리실 산하에 규제완화위원회를 두고 '규제혁파'란 용어를 써가며 규제완화를 추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지요. 경제가 살기 위해선 관치경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로 가야 합니다. 1백50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가지고도 제대로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관치경제의 멍에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완화는 절체절명의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해 경제전망을 해 주십시오. "최근 우리 경제의 수출 생산 투자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작년보다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경제체질은 약한데 경기부양책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 거품이 걱정입니다.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문제를 덮으려고 국민의 돈을 낭비하는 상태도 오래갈 수 없습니다. 국가부채와 재정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회적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구조조정 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20년 연속 최소 6%의 성장을 이룰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런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일자리도 복지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돈을 쓰더라도 현 정부처럼 인프라도 없는 상태에서 혈세를 낭비하는 정책이 아니라 내실 있는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당은 '친기업'임과 동시에 '친서민' 정당입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해 성장의 동력을 시장에서 찾으면서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소외계층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경제를 만들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대선불간섭을 선언하셨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계개편이 없다는 얘기도 되는것 같습니다. "글쎄요. 그분의 말씀을 저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도 요동치고 변화무쌍한게 정치권이다 보니 자신있게 예측하진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변칙적이고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돌출적인 변화가 없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신당을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만든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게 우리 정치사의 교훈입니다" -내각제 대통령 4년중임제 등 개헌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선을 1년 앞둔 현 시점에서 개헌은 가능하지도 않고 적暉舊層?않습니다. 대선 이전에 걱정할 다른 일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경제부터 걱정해야 합니다. 대통령 중임제든 단임제든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개헌이 돼야지 일부 정치세력의 편의를 위한 개헌이 돼서는 안됩니다" -지난해 교원정년연장법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수권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그 문제(교원정년법)에 대해선 많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교육정년은 지난 15대때 한나라당 당론이 65세였습니다. 16대 국회에서도 우리 당의 당론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번 회기 내에 힘으로 강행 처리하기보다는 국민과 여론을 설득해 나가자고 결정한 것입니다. 결코 당론을 바꾸거나 철회하는 등 좌고우면한 것은 아닙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0대 이상에선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총재의 인기가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20∼30대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으신지요. "요즘 젊은 층에서도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젊은 층에 대해 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당의 입장이 정당하게 알려지도록 노력하고 품고 있는 비전을 널리 홍보한다면 젊은 층의 지지는 보다 확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분들이 당 운영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당은 군대조직과는 다릅니다. 정당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는 곳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이견과 의사충돌이 있는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를 당내 분열이나 잡음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정리=김형배.김동욱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