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성업중인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일본 본사가 아닌 국내 금융회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연리 1백30%짜리 초고리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일본계 대금업체들에 28개 국내 금융회사들이 뒷돈을 대온 것으로 확인됐다. A&O크레디트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 파트너크레디트 여자크레디트 등 5개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지금까지 국내 금융사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1천8백87억원에 이른다. 차입 금리는 연 16~18%. 일본 대금업체들은 이 돈으로 최고 연 1백30% 짜리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 ◇ 일본계가 판치는 급전(急錢)시장 =일본계 대금업체가 국내 금융시장에 상륙한 것은 지난 98년 7월. 히타치신판 계열인 A&O크레디트가 첫 주자로 나섰다. 일본계 업체수는 3년만에 5개로 늘어났다. 대출액도 급증했다. 지난해말 5개 일본계 대금업체의 총 대출잔액은 전년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4천7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의 대출 마진이 원금의 1백∼1백30%인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계 업체들은 매년 4천7백억원 이상의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 기반을 갖춘 셈이다. 여유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대출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 연쇄 부실 우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1천20억여원의 세전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국부유출 논란도 문제이지만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과다한 차입이 국내 금융사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자본금 1억원 업체인 파트너크레디트와 여자크레디트는 자기자본금의 최고 2백배에 이르는 자금을 국내 금융사들로부터 차입해 쓰고 있다. A&O크레디트의 차입액도 자기자본금(1백84억원)의 3배가 넘는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차입시 소액 신용대출채권을 담보로 잡힌다. 하지만 이같은 소액 신용대출채권은 회수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고연합회의 이병오 과장은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대금업체의 소액 신용대출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있으나 이같은 담보채권은 회수나 부실률 측정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 대책은 없나 =국내 금융회사들이 '부실 및 국부 유출의 멍에'를 지고서라도 일본 업소들에 대한 대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돈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여유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사로선 연 16∼18%의 금리에 돈을 빌려가는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VIP 고객'일 수밖에 없다. 급전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일본계 업소들에 맞서기 위해선 이들의 영업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국내 신용금고들이 일본계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출장소 및 지점 개설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