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철로위 호텔' 변신 .. 철도청, 고객중심 경영大혁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객실안에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열차가 등장했다.
객석에서 판소리나 사물놀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객차도 선보였다.
'구경제 시대 대중교통의 대명사' 열차가 '철길을 달리는 호텔'로 거듭나고 있다.
철도청은 오는 7일부터 경부선 새마을호 1개 열차 4량과 분당선 전동차 3량을 청정열차로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열차엔 각각 음이온 공기청정기 2∼4개가 설치돼 '공기속의 비타민'으로 통하는 음이온을 공급해 준다.
또 객실 의자속의 열선에선 원적외선이 방출되고 객차와 객차 사이에선 솔향 등 자연향이 주기적으로 뿜어나온다.
철도청은 이들 열차를 3개월간 시험 운행한 뒤 오는 4월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무궁화호(올해 99량)와 전동차(36량)에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조용희 차량개발과장은 "고객들이 장시간 여행에서 오는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서 더 나아가 심신의 안정과 피부미용 및 건강증진에까지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엔 무궁화호 야간열차중 9량의 침대열차가 호텔수준의 침실형 인테리어를 갖춘데 이어 새마을호 특실에는 지난해 말부터 새와 파도 등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장시간 여행의 무료함을 덜어주는 이벤트도 달라진 열차여행의 풍속도다.
지난해 말부터 밤12시께 청량리역을 출발, 정동진과 망상 묵호항 삼척 등을 무박 2일로 도는 '환상의 해안선 기차여행'에선 DJ(디스크자키)가 객석을 돌며 여행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연출된다.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이 열차를 이용한 김호길씨(39·서울시 송파구 풍납동)는 "겨울의 동해 풍경과 함께 여행길의 이벤트가 특별한 추억거리를 남겨줬다"고 말했다.
테마 열차상품은 국내 여행계에 이미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철도 변신의 성공작으로 꼽힌다.
철도청이 잇따라 내놓은 정동진 해돋이열차와 환상선 눈꽃열차, 달빛소나타열차 등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월22일부터 운행을 재개한 환상선 눈꽃열차는 '전회 매진'이란 기록을 세우며 열흘새 4천4백여명을 실어날랐다.
철도청은 선진국의 셔틀 출퇴근 비행기회사처럼 탄력요금제도 시도하고 있다.
'철도 대변신'은 공공기관의 경영혁신 차원을 넘어 민간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엔 한국생산성본부가 미국 미시간대와 공동으로 주관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고객만족도는 국내 2개 항공사를 웃돌았다.
서강대 이철 교수(경영학과)는 "철도청은 고객중심의 경영혁신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철도 주식회사'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한때 열차를 등졌던 승객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들려줬다.
손학래 청장은 "2004년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고속·대량 수송이 가능한 국가 기간교통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아 이른바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