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물량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후반 들어 저점을 거듭 경신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개장초 달러/엔 환율의 132엔 등정을 타고 1,320원대의 상승세를 타던 환율은 달러/엔의 하락 조정과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영향으로 꾸준히 낙폭을 확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유입설도 돌았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이 깨졌으며 경계감도 크게 옅어졌다. 달러/엔 환율 동향이 역시 최대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 등의 물량 부담이 시장 심리를 압박, 1,310원 아래로 내려설 가능성이 커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70원 낮은 1,312.70원에 마감했다. ◆ 물량 부담, 추가 하락 여지 = 이틀 내리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등으로 지난 연말부터 이어온 공급우위 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급격하게 진행된 엔 약세가 조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달러/엔이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연말부터 누적된 물량에 외국인 주식자금도 가세했다"며 "국책은행의 달러사자 외에는 온통 팔자쪽에 몰렸으며 달러/엔이 하락 조정되면서 수요요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엔 비율은 '10대1' 이 깨진 것을 확인했다"며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분 등을 감안하면 내일은 1,305∼1,306원까지 하락하고 밤새 달러/엔이 조정을 받지 않으면 1,310원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장이 무거운 상태에서 7,000∼8,000만달러에 이르는 FDI자금이 유입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국책은행에서 엔/원 1,000원을 받치려 했으나 역외에서 롱스탑이 나오는 등 물량부담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밤새 달러/엔의 동향이 중요하며 내일 거래는 1,307∼1,314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 엔/원 1,000원 붕괴 = 심리적으로 강한 경계감을 유발하던 엔/원 환율 수준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엔/원 환율은 개장초 100엔당 1,000원선을 근근히 유지하기도 했으나 이내 붕괴됐다. 국책은행의 달러 매수세가 원-엔 10대1 비율을 맞추기 위해 유입되기도 했으나 시중 물량을 흡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엔/원은 오후 4시 50분 현재 100엔당 997.72원을 가리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밤새 뉴욕에서 132.12엔을 기록했으나 이날 하향 조정되는 양상을 띠면서 같은 시각 131.52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은 다음날부터 도쿄에서 거래가 재개되면 일본 통화당국이 엔의 지나친 약세를 저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업체 네고물량은 이날 고점에서부터 등장, 간헐적으로 출회되며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으며 결제수요는 눈에 띠지 않았다. NDF정산관련 매물을 흡수할만한 역외매수세도 강하지 않아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공급우위 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물량 부담으로 달러되팔기(롱스탑)에 나섰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주식순매수 행진을 거듭하며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778억원, 331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전날 1,213억원에 이른 순매수자금이 다음날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달러/엔을 따라 반등하며 1,326/1,328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2.60원 오른 1,32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고점인 1,322원까지 오른 뒤 되밀리며 한동안 1,319∼1,320원을 오갔다. 이후 달러/엔의 반락을 따라 10시 38분경 1,317원까지 내려선 환율은 재반등하며 1,318∼1,319원을 오간 끝에 1,319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318.8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시 36분경 1,319.20원으로 올라선 뒤 미끄러져 한동안 1,317원선 강보합권을 거닐었다. 그러나 물량 공급이 이뤄지면서 하락 반전한 환율은 꾸준히 레벨을 낮춰 4시 21분경 1,312.40원까지 저점을 경신했다. 장중 고점은 1,322원, 저점은 1,312.40원으로 장중 9.60원이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3억3,9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5,9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7,300만달러, 5억2,960만달러가 거래됐다. 4일 기준환율은 1,317.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