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용 돼지복제로 심장 간 등 특정 장기의 기능이 완전 상실된 말기환자들이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고통과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학자로 강원대 수의학과 정희태 교수가 미국 미주리대 객원교수로,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가 국제 공동연구과제 참여자로, 박광욱 박사가 미주리대 박사후 연구과정으로 각각 참여한 것도 주목된다. 연구책임자인 미주리대 랜들 S 프래더 교수는 "이종간 장기 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인체가 이식된 동물 장기에 대해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효소의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복제한 것은 이종간 이식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돼지 세포 핵에서 인체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물질(효소)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 그 기능을 정지시킨 뒤 이 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결합시켜 복제돼지를 만들었다. 이번에 제거된 유전자는 장기이식때 초기 급성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과 관련된 'GATA' 유전자로 타인의 장기가 들어오면 순식간에 이 장기를 외부물질로 인식, 공격케 한다. 일반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간 면역체계의 항체가 돼지 장기세포의 표면에 있는 당 성분과 결합하면서 강력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번에 태어난 복제돼지는 이 당 성문을 만드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장기를 떼어내 인체에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연구진이 실험동물로 돼지를 선택한 것은 돼지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유사한 데다 돼지의 생리적 기능 및 유전적 구조가 인간과 80~90% 가량 동일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세포를 복제하는 것이 일반 체세포를 복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앞으로 만성적인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고 돼지가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지 않게 잘 사육하는 것이 이종간 장기이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