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반도체산업이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수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이를 근거로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좋아질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128메가 SD램의 경우 현물시장 평균거래가가 열흘전만 해도 1.89달러였던 것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2.8달러대로 올라섰다. 1달러 이하로까지 떨어졌던 작년 11월 초와 비교하면 거의 3배에 가깝다. 재작년 7월을 고비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변화이다. 앞으로의 관심은 과연 이 기조가 견고히 이어지면서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앞당길 것인가에 있다. 이번 상승세가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에서 공히 분명한 요인을 갖고 있다면 이런 전망은 당연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일본업체들의 사업포기, 남은 업체들의 투자축소 및 설비조정, 그리고 공급량 조절에 대한 암묵적 합의, 여기에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간 합병추진 소식으로 과잉설비 해소 기대를 낳은 것 등이 가격상승 요인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수요측면이다. 일부에서는 PC의 메모리 확장,기존 PC의 교체주기 임박, 게임기 및 휴대폰의 D램 수요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정보기술산업의 수요가 급격히 회복될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공급쪽에서 비롯된 물량부족 우려에다 일단 가격상승 조짐이 일면 가수요까지 더해지는 유통구조상의 특징이 어우러진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이번 상승세가 쉽게 꺾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본격적인 반도체경기 회복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측면이 있다. 과거와 달리 실리콘 사이클이 단축되고 외부적 교란요인도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어쨌든 이번 가격상승은 우리경제에는 반가운 신호임이 분명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1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주식시장에도 호재일 것이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높아지거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다만 반도체로 인한 경제전반적인 착시는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 활로모색을 위한 업계간 재편이 활발한 만큼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기반을 확충하는 전략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