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연초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연달아 나오고 IT 기업에 대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인 리포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관련주 등 기술주들이 연일 강세를 보였다. 이같은 상승 무드는 유럽 증시와 4일 새해들어 처음으로 문을 연 일본 도쿄증시의 기술주 동반 강세로 이어져 세계증시 연초 랠리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반도체 등 기술주 호재 연발 =지난 2일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가격 인상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세계 반도체 매출증가 발표에 이어 3일에는 월가에서 IT 산업과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달 중순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고했다. JP모건은 "인텔의 서버용 칩이 지난해 4.4분기에 많이 팔렸다"며 "이는 기업들의 IT 설비투자가 회복되는 초기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네트워킹업체 시스코시스템스가 올해 유럽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매수 추천했고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세계 최대 스토리지업체 EMC의 투자 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높였다. ◇ 기술주 강세, 세계로 확산 =3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에 비해 3.28% 오른 2,044.27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8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주요 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전날에 비해 8.28% 급등한 590.62로 마감됐다. 연말연시 연휴로 4일간 휴장 후 4일 문을 연 도쿄 증시는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새해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도시바 NEC 등 대형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장 초반부터 5% 이상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3백28.87엔(3.1%) 오른 1만8백71.49엔으로 마감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증시도 기술주 강세로 일제히 상승했다. 새해 개장 첫날 떨어졌던 유럽 증시도 3일 주요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승세로 반전됐다. ◇ IT 랠리 기대감 고조 =IT 산업과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와 분석들은 연초의 낙관적인 분위기와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을 '기술주 사자'에 나서게 하고 있다. 퍼스트앨버니의 수석 투자전략가 휴 존스턴은 "많은 투자자들이 올해 기술부문 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믿고 있다"며 "IT 중심의 상승 모멘텀을 놓치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호재에 민감하고 악재에 둔감한 연초 분위기를 타고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T산업 조사전문업체인 IDC도 때마침 세계 IT산업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윌리엄캐피털그룹의 주식담당 책임자 스티븐 칼은 "본격적인 상승 트렌드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낙관적인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