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신년인터뷰) 한광옥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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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민주당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정권 재창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새해는 국민의 정부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돼 민주당의 인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얘기다.
한 대표는 아시아국가중 한국의 경제가 가장 양호한 것도 개혁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불개입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열리는 중요한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양대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전략은 있으신지요.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우선 경제를 회복시키는게 급선무 입니다.
경제가 회생하지 않으면 민생 안정이 되지 않고 현 정부와 집권당의 재신임도 받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반대로 경제가 살아나면 국민의 정부와 민주당이 이룩한 업적들, 평화적 정권교체와 'IMF 금융위기' 극복, 남북 화해협력, 정보통신 진흥 및 민주인권시대 도래 등의 업적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될 것입니다"
-여당의 정권 재창출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당의 인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심이 정치권과 멀어져 있기 때문에 그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당 개혁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이라든가 국정개혁 과정의 시행착오도 민심이반에 한몫했다고 시인합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확실한 것도 아니지요.
국정개혁의 과실이 경제 사회 문화 전 부문에 나타나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올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주가가 상승세에 있고 체감경기도 어느 정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속단하긴 이릅니다.
IMF를 졸업했다며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했다가 현실은 그렇지 않아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대기업은 부도덕한 집단'이란 나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 같습니다.
"경제는 경제논리에 의해 운영돼야 하며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는게 소신입니다.
과거의 정경유착이나 관치금융 등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들어 그런 것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크게 공헌한 점을 인정하지만 대기업이 경제논리에 의해 성장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논리가 개입돼 대기업이 하나씩 생기면 결국 부실기업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재벌이 만들어져서는 안됩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정치후원금 문제로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자금 후원은 법에 의해서 하는 것 아닙니까.
하면 하고 안하면 안하는 거지 불안해 할게 뭐가 있습니까.
옛날과는 달리 음성적인 정치자금은 이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에 따른 양성화된 정치자금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국민의 정부의 개혁작업을 평가해 주십시오.
"진행 중인 개혁에 점수를 매기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의 체감경기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좋은 것을 볼 때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 등 경쟁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2∼3% 성장을 한게 이를 말해 줍니다"
-기업과 근로자들 간의 관계도 보다 개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만.
"기업의 이윤과 과실은 노동자들과의 협의에 의해 적정선에서 분배돼야 합니다.
또 노사가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복지라든가 근로조건 문제 등을 다뤄야지 일방적 입장만 생각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강성노조마저 용인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식의 노동투쟁 시대는 지났으며, 지금은 협상을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는 관행이 정착돼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의 주요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과거에는 독재와 투쟁하고 자유를 신장시켜야 하며 부정부패도 척결해야 했기 때문에 카리스마적인 권위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가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가고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집약할 수 있는 그릇, 즉 코디네이터형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전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계개편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이 현재의 양당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십니까.
"선거때만 되면 항상 그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斌忿?변화하고 있어 정계개편을 겨냥한 움직임이 나타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한 대표께서는 DJP 공조를 성사시킨 주역입니다.
얼마 전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폭탄주를 했다던데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김 총재와는 비록 헤어졌지만 오랫동안 인간관계가 있어 정감을 갖고 있는 관계입니다.
재결합 또는 공조복원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사안이죠.
다만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우당의 입장에서 검찰총장 탄핵안처럼 사안별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상을 얘기하는 것은 결례입니다"
-당권과 대권중 어느쪽에 관심이 있습니까.
"현재 구당작업 이외에는 백지상태에서 당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팔자가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어려울 때 중책을 맡은게 많습니다.
당이 어려울 때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민주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도 그렇습니다.
톨스토이가 '네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던가요.
어려운 일을 하는게 운명인가 봅니다.
지금은 당 개혁안을 어떻게든 합의 처리해 국민에게 선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임무입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국민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권은 반성해야 합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현실적으론 어려웠지만 국민 앞에서는 떳떳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생산적인 정치,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정치를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리=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