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도 체인화 시대를 맞고 있다. 치과에서 시작된 공동 브랜드 도입과 전략적 제휴 바람이 피부과 성형외과를 거쳐 안과로 번지고 있다. 앞으로 내과 정형외과 등 다른 진료과목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의료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개인의원으로는 국내 첫 의료 체인인 예치과네트워크(대표 박인출)는 현재 21개의 가맹 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체인에 가입하려면 3천만∼5천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매달 매출액의 1% 안팎을 회비로 낸다. 새로 개업하는 의사들은 '예치과'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체인본부로부터 직원 서비스교육과 경영컨설팅을 정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만족해 한다. 국내 최대의 치과체인이 모아치과체인(대표 김선)에는 25개의 병원들이 가입돼 있다. 이 체인은 가맹점 관리를 전담하는 자회사 '덴탈MBA닷컴'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체인 바람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중이다. 연합치과체인은 충남 예산에 거점을 두고 6개의 체인치과와 20여개의 자매결연 치과를 두고 있다. 예치과체인의 인기가 치솟자 한의원과 성형외과 등 타과목 의원들도 '예' 브랜드에 편승하고 있다. 치과에서 일어난 체인 유행은 피부과로 번지고 있다. 이지함피부과가 전국에 9개의 체인(성형외과 2개 포함)을 갖고 있는 것을 비롯해 차앤박 고운세상 미사랑 드림 S&U 예인 아름다운나라 테마 초이스 등의 피부과체인이 2∼5개씩 가맹의원을 거느리고 있거나 곧 개설한다. 안과도 체인경쟁이 치열하다. 밝은세상안과가 5개, 오세오안과가 4개, 드림성모안과가 4개의 체인을 갖고 있다. 서울 강남이지함피부과의 이유득 원장은 "대학생과 젊은 직장여성들에게 병원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지함'이란 브랜드를 쓰기를 희망하는 후배 의사들의 가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일단 체인에 가입하면 지역에서 웬만큼 잘 된다는 피부과보다도 50% 이상 환자가 순증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제휴 효과는 홍보 시너지는 물론 의약품 구입, 광고비 절약 등에서 2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레이저 시력교정 전문병원인 서울 명동밝은세상의 이인식 원장은 "체인병원에는 유명세 덕분에 다양한 환자들이 몰리는 데다 가맹점들의 공동 구매로 최신 의료기기를 빨리 도입할 수 있어 치료 노하우 축적이 빠르다"고 소개했다. 문제점도 있다. 최근 이름난 한 체인 피부과를 다녀 온 김희자씨(여.28)는 "손님이 너무 많이 몰리는 통에 대기 시간이 길고 기계적인 치료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가 너무 커져 가맹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의료비를 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피부과체인의 경우 신규 가맹점은 매달 매출액의 최고 10%까지 본부에 내야 한다. 이호정 마이클리닉 피부과 원장은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진료의 질을 유지하느냐,못 하느냐에 따라 체인의 장래가 좌우된다"면서 "체인화는 의원의 대형화와 개원비용 상승을 초래해 젊은 의사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