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기업인冊 잘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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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공서와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지난 주말.도심 오피스 타운의 서점들이 다시 분주해졌다.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이다.
점심시간의 한 대형 서점은 신간코너에 아예 사람의 장막이 쳐졌다.
사람의 장막이 생긴 곳은 신간코너만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서적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부실기업의 성공스토리,돈버는 이야기 등의 표제가 붙은 책은 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그러나 비즈니스 서적 매장에서도 고객의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한 부류의 책은 따로 있었다. 기업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본 서점가에 깔려 있는 유명기업인 책은 한 두종류가 아니다.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면 그의 사고와 경영철학 등을 다룬 책이 어김없이 나와 있다.기업인 자신이 펴낸 것도 있지만,대다수는 그와 그의 회사를 연구하는 마니아들이 쓴 책이다.
내셔널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의 이념과 가르침을 담은 신간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최근 펴낸 ''철학''은 딱딱한 제목에도 불구,어느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햄버거회사 사장,값싼 옷으로 대성공을 거둔 회사 사장의 책들도 사랑을 받고 있다.
기업인을 소재로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로 대접받는 이유는 여러 갈래에서 찾을 수 있지만,상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인들의 의식구조상 경제발전에 앞장서 온 인물을 존경하는 마음이 뿌리 깊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덕에 남이 잘되는 것을 본받고 자신을 위한 채찍으로 삼는 페어 플레이의 풍토가 고르게 형성돼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또 하나는 기업인을 키우고,아끼는 토양이다.
보통의 일본인들은 ''정치가 삼류라도 경제는 걱정 없다''며 정치와 경제의 선을 분명히 긋고 기업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대기업 총수치고 정치권에 휘둘리거나 노사문제로 진땀을 흘려 보지 않은 기억이 별로 없는 한국. 한국 땅에서 기업인을 소재로 다룬 책이 진정한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날은 언제일까.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