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식품제조업체인 콘아그라의 브루드 로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e메일 때문에 진땀을 뺐다. 탄저병 우려 때문에 전세계에 있는 종업원들에게 e메일로 송년인사를 했는데 1천명 이상이 답신을 보내 온 것. 이를 읽느라 3~4일 밤을 꼬박 새웠을 정도다. 일본 소비자들에게서 오는 e메일을 읽기 위해 자동번역시스템까지 갖춰 놓은 세븐일레븐의 짐 키에스 CEO는 2백통이 넘는 e메일을 읽는 데 하루에 3~4시간을 소비한다. 미국의 CEO들이 폭주하는 e메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경영과 관련된 것이어서 읽지 않을 수도 없고,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와 읽기도 겁나기 때문이다. 경영스타일이 각양각색이듯 e메일을 대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물론 대부분은 e메일을 적극 활용한다. 듀폰의 CEO인 찰스 헐러데이는 "e메일은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동시에 수천명과도 연락할 수 있다"며 "e메일을 잘 이용한다"고 말한다. NBA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쿠반 구단주는 아예 일반인들에게 e메일 주소를 공개해놓고 있다. 그는 "팬들이 어느 좌석에 껌이 붙어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며 "팀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시유데어 테크놀로지의 존 창 CEO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제외하고는 종이로 된 메일을 읽지 않는다"며 "고객들에게 솔직한 얘기를 들으려면 e메일을 읽어라"고 당부한다. 델 컴퓨터의 CEO 마이클 델도 하루 평균 1백70통의 e메일을 읽고 60통을 보내는 데 서너시간을 사용한다. e메일보다 발전된 ''채팅''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브릭스네트웍스의 톰 핀스 CEO는 시간이 날 때마다 AOL채팅망을 통해 회사 간부 투자자 주요 고객들과 리얼타임으로 채팅을 한다. 그는 "e메일보다 생산성이 5~10배 더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e메일은 CEO들의 새로운 스트레스중 하나다. 헬스케어회사인 네오포마의 CEO 봅 졸라스는 "e메일을 다 체크하지 못하면 사무실을 나갈 수 없다"며 신경쇠약에 걸릴지 모르겠다고 우려한다. 선마이크로소프트의 스콧 맥닐리 CEO는 "하루에 수백통을 읽고 대부분 직접 답변하거나 담당자에게 넘겨준다"며 "문법 오탈자를 무시하면서 빠르게 타이핑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소연한다. 모든 CEO가 e메일을 충실히 읽는 것은 아니다. 버거킹의 CEO 존 다스버그는 "한가로이 앉아 e메일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업체 셀렉티카의 CEO 라즈 자스도 "80%는 지워버린다"고 얘기한다. 자신에게 오는 e메일을 비서실에서 한번 거르게 하는 경영자들도 많이 있다. 바쁜 CEO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e메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첨단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지만 e메일에 매달리는 시간은 점점 더 많아질 전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