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작가 마리안네 프레드릭손(75)의 장편소설 ''어머니와 아들''(종문화사)이 번역돼 나왔다. 그는 38개국 언어로 번역된 대작 ''한나의 딸''을 통해 전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베스트셀러 작가. 이번 작품에서는 핏줄보다 더 뜨거운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작품 배경은 2차대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스웨덴의 조그만 항구도시 괴테보르크.유태계 출신의 소년 시몬이 중심인물이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입양된 그에게 양부모인 에릭과 카린은 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생 비밀을 숨긴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별 탈없이 자란 시몬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그곳에서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제나 다름없는 이삭을 만난다. 이삭은 나치의 사슬을 피해 스웨덴으로 옮겨온 유태인 가정의 외아들.그는 어린 시절 독일에서 군인들에게 성추행 당한 일과 어머니의 정신병 때문에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들어가자 시몬의 집에서 지내게 된 그는 시몬의 어머니 카린에게 모성의 포근함을 한껏 맛본다. 카린은 친자식이 아닌 시몬과 이삭을 한없는 사랑으로 돌보며 이들의 아픔과 성장 과정을 눈물겹게 지켜본다. 선량하고 현명한 카린의 인생 자체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마모되고 ''버린 냄비처럼'' 모양이 휘어버린 그녀의 남모르는 슬픔이 커다란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로 되살아난다. 작가는 이들 ''가족''의 훈훈함을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풍광과 함께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다. 그리고 다양한 신분과 운명을 지닌 보통사람들의 삶이 어떤 궤적으로 이어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짧고 명료한 문장의 속도감과 힘있는 필체,행간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성찰의 깊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