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대선주자 인터뷰) 노무현 민주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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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은 원칙주의자다.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노 고문은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 대선캠프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도 "원칙에 따른 페어플레이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선진국 진입에 성공할 것"이라며 시종일관 ''원칙론''을 강조했다.
[ 대담 = 김영규 < 정치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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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향후 정치일정과 후보경선 방식이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중 국민참여 경선제는 정당사 초유의 정치실험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행과정에서 잡음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도 있습니다.
"잡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대만과 일본에서도 성공했는데 우리라고 못하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일단 시작하면 잘 합니다"
-대중적 지지도에 비해 당내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내 경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대책은 있는지요.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습니다.
그때 고생하며 만났던 많은 분들이 전국에서 저를 돕기 위해 모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민주당 후보는 지역별 인구비례를 반영한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대선주자로서 새해 화두를 던져 주십시오.
"올해의 키워드는 원칙과 통합입니다.
원칙을 바로 세우고 지역통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시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승부도 원칙이 바로 서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저는 정도를 걷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또 호남이나 영남, 서울 등 전국 어디서나 배척을 받지 않는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동서화합이 우리 정치의 핵심과제인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3김시대 이후 첫 대선이란 점에서 망국병인 지역감정이 깨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구도는 그대로 정치구도가 됩니다.
다음 대선을 동서대결 구도로 치르게 되면 이후 정치구도도 계속 지역구도를 유지해 갈 것입니다.
동서대결 구도를 벗어나려면 민주당에서 부산출신인 제가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부산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 민주당은 호남당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집니다"
-민주당 대권주자 중 김중권 고문도 영남출신입니다.
두 분이 손 잡을 계획은 없습니까.
"저나 그분이나 별로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정치노선과 국민의 신뢰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아무하고나 손을 잡으면 무엇을 하려는지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연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개혁신당설, 3김 연대설 등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지방선거 이전에 일대 정계개편이 일어나 지역대결구도가 무너지고 정책대결구도로 재편될 것입니다.
현재 지역구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개혁세력이 총집결해 새로운 목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노 고문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모두로부터 총애를 받으며 정치활동을 해 왔습니다.
지역화합을 위해 두 세력의 연대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지요.
"두 분은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뚜렷한 공로를 세운 민주주의 지도자입니다.
그러나 두 분 모두 권위주의 정치의 병폐와 지역주의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두 분이 동서화합에 기여해 주길 바라는데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민주세력의 양대산맥을 반드시 통합시켜야 합니다.
양대세력을 하나로 묶어 세우는 것이 그들의 역사적 맥을 바르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제가 추진 중인 민주세력의 통합, 개혁세력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대선으로 ''3김정치 청산''이 실현되는 것입니까.
"''3김정치''가 아니라 ''3김식 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
3김식 정치문화는 고스란히 계승하면서 자연인 3김을 청산하려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회창씨의 정치는 1인전횡과 지역주의와 같은 3김식 정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그런 것을 청산해야 합니다"
-세대교체도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는 좋은 대안입니다.
그러나 3김청산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에도 사이비깃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대교체란 나이가 젊은 사람이 정치지도자로 나서는 것만을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사고와 행동양식이 구세대와 달라야 합니다.
수직적.권위적.폐쇄적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수평적.합리적.개방적 정치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만이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는 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 편입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겠습니까.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안정, 정치개혁이 꼭 필요합니다.
정치가 경제를 앞장서서 지도하기 이전에 먼저 경제에 부담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가 경제논리대로 제대로 할 수 있게 정치가 개혁돼야 합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기업인들이 선거후원금 문제로 걱정이 많습니다.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할 용의는 있습니까.
"선거비용을 법정허용치 안으로 대폭 줄이겠습니다.
일부 보도를 보면 ''당내 경선자금 1백억원'' 운운하는데 그 10분의 1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터넷과 미디어선거에 강하기 때문에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 합법·불법 모두를 사실 그대로 공개하겠습니다"
-사회는 진보와 보수가 조화를 이뤄 발전합니다.
노 고문은 일반적으로 진보와 혁신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노 고문이 당선될 경우 각종 규제를 새로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국가적 활력의 근원입니다.
기업활동이 활발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세금도 많이 걷히고 모두가 넉넉해질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기업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재벌개혁이 중단돼서는 안됩니다"
정리=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