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산소공급장치를 착용한채 투병중이라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그는 80년대초 혜성처럼 나타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씨는 지금 또하나의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이씨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올들어 유독 금연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주일 효과''라고 이름지어 부를만도 하다. 최근 월드컵경기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서울시 교육청은 시내 초·중·고교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정해 ''청소년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직장들도 금연운동이 한창이다. 금호그룹은 아예 흡연자를 채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안국약품은 올해 담배를 끊는 직원에게 금연수당 1백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금연껌 금연초 패치 등 금연용품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의 금연 열풍 탓인지 새해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강세인데 유독 담배공사 주가는 하락세다. 기자도 새해부터 금연에 동참하면서 금단의 고통을 톡톡히 겪고 있다.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담배부담금을 1백50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다음달부터는 담뱃값이 일률적으로 2백원씩 오른다. 하루 한갑씩 피우는 사람은 한달에 6천원을 더 써야 한다. 애연가들의 주머니를 털어낸 담배부담금은 건강보험 재정 개선자금으로 투입된다. 담뱃값이 오른다는데 단상(斷想)이 없을 수 없다. 우선 "담배 끊기 다행이야"라는 얄팍한 자위부터 해본다. 그러나 담배를 계속 피웠더라면 "내가 왜 건강보험의 구멍난 재정을 부담해야 해"라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이다. 의료비 허위·부당청구나 방만한 운영에 비분강개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어떤 설득노력을 폈는지도 궁금해진다.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거창한 ''금연종합대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금연정책이 정부의 재정안정보다 우선 순위가 앞서는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자신의 건강을 정부가 지켜줄리 만무하다. 그러니 애연가 여러분 차라리 ''담배를 끊읍시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