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엔화 약세가 재연되고 있다. 8일 도쿄외환 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미국정부가 엔저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일본재무성 차관이 다시 엔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을 하자 달러당 1백32엔선으로 떨어졌다. 전날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방미중인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경제재정상과의 회담에서 엔.달러환율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시장은 이를 미국의 엔약세 용인으로 풀이했다. 이에따라 엔화가치는 뉴욕시장에서 지난 주말의 달러당 1백30.98엔에서 1백31.72엔으로 내려갔다. 이어 8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차관이 "그동안 엔화가치가 너무 높았으며 지금 일본경제 상황에 맞게 조정중"이라고 말하자 엔화 하락세는 더욱 강해져 도쿄시장에서 3년3개월만의 최저치인 1백32.6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날 도쿄시장 종가(1백30.76엔)에 비해 1.9엔이상 급락한 것으로 하루 낙폭으로는 3개월 만의 최대다. 도쿄에 있는 터론토도미니언 은행의 다카야마 가쓰오 부행장은 "일본정부는 엔화가치가 1백40엔까지 떨어지도록 엔약세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일본의 엔약세 정책에 대해 동아시아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미국정부가 다케나카 경제재정상의 방미때 엔저에 대한 불만을 표명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으로 지난 며칠간 엔화 하락세는 주춤했었다. 한편 엔 약세가 재현되면서 원.엔환율이 약 2년6개월만에 9백80원대로 내려갔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8원30전 오른 1천3백10원30전으로 마감됐다. 환율이 많이 올랐지만 엔화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엔 환율이 급락한 것이다.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8원 가량 떨어진 9백88원을 기록,지난 3일 1천원선이 깨진뒤 닷새만에 9백90원선도 무너졌다. 이는 지난 99년7월19일(9백76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정훈.오형규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