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나흘만에 올랐다. 달러/엔 환율이 급등세를 타며 132엔대를 등정한 영향이 가장 컸다. 그러나 시장에 물량 부담이 가중된 탓에 상승 속도는 달러/엔에 비해 뒤쳐졌다. 엔 약세의 급진전이 원화를 동반 약세로 이끌었으나 외국인 주식자금 등이 두 통화간 약세속도에 차이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은 29개월중 가장 낮은 수준을 경신하면서 100엔당 986원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펀더멘털과 수급 상황을 반영한 엔/원의 하락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일부에서는 950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동향에 촉각을 여전히 세우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물량 부담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혼조세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50원 오른 1,309.50원에 마감했다. ◆ 혼조세 양상 보일 듯 = 달러/엔의 급등이 도쿄장이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도 옵션관련 달러매수세가 달러/엔의 상승을 야기한 측면이 크다는 관점으로 조정장세의 연장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수급상 불균형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은 가장 큰 매수기반인 정유사가 지난해 말 선취매수하면서 더 이상 살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달러/엔도 뉴욕에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급상 공급우위가 유지되고 달러/엔에 비해 달러/원의 변동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일은 1,305∼1,310원을 예상한다"며 "엔/원 환율도 오늘 속도감이 과한 느낌이 있어 990원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으며 달러/엔은 한동안 혼조세를 보일 것 같다"며 "국내에서 외국인의 주식순매수가 중단돼 수급상으로도 다소 섞여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 수준에 따라 급등락 출발한 뒤 장중 흐름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내일은 1,305∼1,315원으로 넓게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 엔 약세 vs 물량 부담 = 달러/엔 환율은 최근 사흘간의 하락 조정을 끊고 132엔을 뚫는 급등세를 탔다. 밤새 뉴욕에서 131.06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유도발언 재개에 힘입어 한때 132.70엔대까지 올랐으며 오후 4시 47분 현재 132.64엔을 기록중이다. 이날 일본 재무성 관료들의 잇단 펀더멘털 반영론이 시장에 전파되고 미국이 엔 약세에 대해 암묵적인 지지를 보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엔은 3년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닷새만에 순매도로 방향을 바꿔 거래소에서 650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119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그러나 전날까지 나흘 내리 1,000억원 이상의 순매수행진을 거듭하며 달러공급 요인을 축적한 탓에 이날 1억5,000만달러 이상의 외국인 주식자금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전자업체 네고물량 1억, NDF정산관련 매물 1억5,000만달러 등 대규모 매물이 있었던 탓에 시장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다. 또 달러/엔 상승에도 불구, 역외세력은 매도세를 보여 엔/원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플레이로 추정됐다. 이전과는 정반대의 양상. 이에 따라 원화와 엔화간 괴리가 벌어지면서 엔/원 환율은 100엔당 990원 밑으로 추락, 오후 4시 47분 현재 986.81원을 기록중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7원이나 오른 1,309원에 급등 출발한 환율은 달러/엔의 급등 흐름을 좇아 9시 56분경 1,311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달러/엔 소폭 반락과 물량 공급으로 조금씩 레벨을 낮춘 환율은 11시 7분경 이날 저점인 1,306.50원까지 몸을 낮췄다. 이후 환율은 1,306∼1,307원선에서 수급 공방을 펼치다가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의 발언을 계기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고 장 막판 달러/엔이 132엔대로 수직상승한 여파로 11시 59분경 1,310.60원까지 오른 뒤 1,310.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와 같은 1,310.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레벨을 차츰 높여 1시 35분경 1,311.50원으로 오전중 고점을 깼다. 그러나 물량 공급에 밀려 추가 상승이 막힌 환율은 대체로 1,309∼1,310원을 오가는 각축전을 펼치다가 3시 40분경 이날 고점인 1,311.70원까지 재반등했다. 이후 환율은 서서히 되밀리며 1,309원선으로 내려섰다. 장중 고점은 1,311.70원, 저점은 1,306.50원으로 장중 5.20원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8억3,5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7억2,850만달러, 4억1,040만달러가 거래됐다. 9일 기준환율은 1,309.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