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의 대주주 윤태식씨의 로비의혹에 연루된 언론인 고위공직자 등 유력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른바 ''윤게이트''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언급 등에 힘입어 ''세간에 나도는 의혹을 모두 밝힌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수사범위를 언론계에서 정관계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6일 SBS방송 전 PD 정모씨를 구속한 검찰은 8일 호의적인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무상 또는 액면가로 패스21 주식을 취득한 매일경제신문 전 기자 이모씨를 구속한데 이어 의혹선상에 오른 서울경제신문 김모 사장을 소환키로 해 비리 언론인에 대한 수사확대방침을 가시화했다. 이날 검찰은 정보통신부 보안시스템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패스21을 도와주고 부인 명의로 패스21 주식 2백주를 받은 혐의로 정통부 노모 국장을 구속해 언론인에 이어 고위공직자로 수사대상을 넓혔다. 또 패스21의 주주이자 감사인 김현규 전 의원의 비리혐의를 잡고 금명간 소환할 방침이어서 윤태식씨의 정계로비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계의 비리 실마리가 잡힐 경우 이번 수사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언론계 수사 =검찰에 따르면 이날 구속된 매일경제신문 이모 전 기자는 지난 2000년 1월말께 윤씨로부터 패스21 관련 홍보용 기사를 잘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회사 주식 4백주를 액면가에 취득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이 전 기자는 또 그해 12월 유상증자 때 4백주를 2천4백만원(주당 6만원)에 취득했지만 2001년 2월에 패스21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준 대가로 1천2백만원을 돌려받고 1천주의 주식을 추가로 무상 배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지난 99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벤처기업 분야를 담당할 당시 패스21 및 윤씨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24회에 걸쳐 게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태식씨의 언론인 주식로비와 관련해서 배임수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 전 기자가 첫 사례다. 이에 따라 배임수재 혐의로 추가 사법처리될 언론사 관계자들이 몇 명에 이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자 PD 등 언론사 직원 5∼6명 가량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점쳐지고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선을 그어 놓고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곧 소환될 서울경제신문 김모 사장은 패스21의 주주로서 지난 99년 12월 윤씨와 함께 당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을 직접 방문, 패스21의 지문인식기술을 인증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관계 수사 =검찰은 정통부의 보안시스템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패스21을 지원해준 대가로 부인 명의로 주식 2백주를 액면가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모 국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패스21의 주주이자 감사인 김현규 전 국회의원을 금명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9년말에 남궁석 당시 장관에게 패스21의 방문을 요청하는 등 정관계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남궁석 당시 장관과 패스21의 고문변호사를 맡는 대가로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했던 것과 관련해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한 김성남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에 대해선 "당장 소환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항간에 나도는 국정원 연루설에 대해선 "좀더 확인해 볼 필요는 있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국정원이 자체 개발한 고급 지문인식 기술을 윤씨에게 줘서 패스21을 설립했다는 소문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