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 96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작년 당기순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인 5조원대라니 더욱 그렇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점은 물론이고,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봐도 높이 평가할만 하다. 아직은 은행경영이 완전히 정상화 됐다고 판단히긴 이르지만,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효율적인 자금배분을 통한 경기회복 촉진과 국내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같은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올해도 국내 은행들이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등 자산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에 충당금적립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최근 실물경기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은행수지 호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비록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긴 했지만 평화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적어도 수천억원씩 이익을 냈으니 최근 은행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행경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대대적인 부실정리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인 부실요인이 여전히 막대하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그나마 대우차나 하이닉스 같은 대표적인 부실채권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상당히 쌓았지만 은행에 따라선 이마저도 미흡한 사례가 없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여타 부실채권에 대해 은행들이 좀더 강력한 정리노력을 계속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야만 만약의 경우 국내외 경제변수가 돌발적으로 악화돼도 자금수급 경색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가지 서둘러 개선해야 할 대목은 은행의 수익기반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작년의 막대한 이익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은행들이 기업금융을 회피하고 소매금융에만 치중하고 있는데,선진국에 비해 자본시장 발달이 상대적으로 뒤진 우리 현실에서 은행들이 계속 기업대출을 줄일 경우,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위축은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은행의 영업기반을 축소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고 감정가액의 1백%까지 대출할 정도로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과열돼 있는데,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거액의 부실발생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