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은 물론 나머지 전세계 국가가 기뻐할 일이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지난해 중국과 WTO 협상대표단의 말을 인용,수차례나 ''윈-윈거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고용실태는 WTO 가입에 따른 장밋빛 청사진을 빛 바래게 만든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국영기업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이 외국제품을 더 선호한 것도 공장폐쇄의 한 원인이었다.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윈-윈 시나리오''는 최근 수년간 해고된 4천5백만∼6천만명의 노동자수를 줄여야만 가능하다. 쫓겨난 근로자들은 주로 35세 이상의 비숙련자들이다. 그들은 문화혁명 시기에 성인이 됐고 교육도 별로 받지 못했다.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까지 포함하면 중국 도시인구 4억5천만명의 3분의1을 넘는다.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중국의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국제경쟁 심화로 더 많은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쫓길 가능성이 크다. 문을 닫는 중국 공장들의 숫자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향후 5년동안 중국인 근로자 4천만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새로 창출될 일자리 수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WTO 가입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5% 정도 추가로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는 향후 5년간 1백50만개 정도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WTO 가입으로 중국의 농업및 제조업 분야가 고용면에서 특히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근로자 해고문제는 일시적 현상일뿐 장기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는 향후 전세계 경제가 매우 낙관적일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될 때 가능하다. WTO 가입으로 중국내 소비자들은 선택폭이 넓어지고 외국제품을 싼값에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이같은 혜택은 중산층 이상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섬유등 수출관련 분야가 큰 수혜대상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반적으로 올바른 진단이다. 하지만 분야별 손익은 엄격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장난감 의류 신발 섬유등 노동집약적인 부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개방될 것이다. 이는 관련부문 근로자들의 감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99년까지 수백만명의 직물노동자가 해고됐다. 정부가 9백만개 이상의 낡은 방직기를 일부러 부순데 따른 것이다. 서비스부문 및 민영기업이 국영기업 해고자들을 어느 정도 흡수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재 중국의 서비스부문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3분의1 정도다. 시장개방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보험 은행등 중산층 이상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부문은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실직자들의 수요를 불러일으킬 구두닦이등 ''저급 서비스부문''은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고용정책은 큰 실효를 보지 못했다. 95년의 재고용 프로젝트도 별 효과가 없었고 불과 15년전에 도입한 실업보험 역시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윈-윈 거래''가 되려면 근본적 고용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he Cost of WTO''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