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 현지화 성공한 합작유통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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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은 흔히 ''유통업계의 롬멜''이라 불린다.
지략가란 뜻이다.
그의 지략은 허공에서 떨어진게 아니다.
끊임없는 독서와 일에 대한 열정이 지략의 원천이다.
그의 하루 구상은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그의 집 화장실은 여느 집과 다르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서가에 꽂힌 책들을 쉽게 집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출퇴근길 자동차 안도 독서공간이다.
이 사장은 1주 1권, 연간 52권 단행본 독파가 기본이다.
사장실에는 항상 국내외 잡지와 자료가 어지럽게 널려 있기 일쑤다.
이 사장은 경영예술가를 꿈꾼다.
경영이 예술이 되려면 두가지 바탕이 전제돼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최고 경영자는 세계 최고수준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첫째이고 자기 몸과 마음을 불사를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게 두번째다.
"자기 몸을 태울 수 있는 열정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태울 수 있겠습니까.
최고 경영자의 열정을 직원들이 본받고 직원들의 열정을 보고 고객들이 감동하게 되는 법이지요"
이 사장의 경영예술 철학은 ''일터를 놀이터로''라는 모토에 그대로 압축돼 있다.
그냥 놀고 먹는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지겹지 않고 신이 나는 일터로 만들자는 의미다.
이 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신바레이션(Shinbaration)''으로 표현한다.
신바레이션은 신바람 일으키기를 뜻하는 콩글리시(한국식 영어).
그가 만든 이 말은 영국 테스코 본사의 CEO(최고경영자)인 테리 리히 회장에게도 전파됐다.
한국 현지법인의 기업문화가 본사에 역수출된 희귀한 사례다.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들려는 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정책결정 과정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대리 과장 등 중간간부들의 권한이 다른 업체보다 훨씬 막강한게 그 구체적인 사례다.
업무의 태반은 간부들의 전결로 이뤄진다.
상품매입이나 개발 등 중요한 일은 여러 부서가 함께 모인 위원회에서 토론을 거친다.
실수를 막기 위해서다.
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종적 시스템을 배제한 것은 간부들의 주인의식을 북돋워 주기 위해서다.
주인의식은 신바람을 불러오는 출발점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구미 기업들은 흔히 본사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로봇처럼 일만 하기를 해외 법인에 강요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잘못입니다.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월마트나 까르푸가 현지화에 실패했단 얘기를 듣는 건 바로 이 때문이죠"
영국 1위의 소매업체인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법인인 삼성테스코가 지난 99년 출범 당시부터 가장 고민한 것도 현지화였다.
한국에 독자 또는 합작 진출한 여러 유통기업중 현지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는 삼성테스코가 거의 유일하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점포와 상품을 구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실용적이고 소박한 소비문화가 특성인 구미인들과 한국 소비자를 동일시해 본사의 매뉴얼에 따른 점포를 한국에 전개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생각해 독특한 점포 설계를 시도했다"고 털어놓는다.
백화점처럼 편의시설(문화센터 미용실 등)도 많고 먹을 것(푸드코트)도 많은 할인점을 선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고객이 찾는 점포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같은 생각과 정책은 곧바로 매출과 연결됐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할인점 홈플러스는 점포당 매출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루 평균 매출이 5억원을 넘어서는 점포가 전체 점포의 3분의 2를 넘어서고 있는 것.
지난달 문을 연 서울 문래동의 영등포점은 오픈 첫날 21억3천만원의 매출액을 기록,업계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매출이 20억원이면 보통 매장면적이 1만평이 넘는 대형 백화점의 오픈 당일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유통업체측의 판촉공세로 개점 첫날 매출이 치솟는 이른바 ''오픈발''을 감안하더라도 할인점 시장에선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대기록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영국 본사가 한국법인을 주시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11월초 해외 현지법인 대표들이 모인 2002년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본사 수뇌부와 해외법인 대표들은 승한 리(Seonghan Lee)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한국 유통시장의 후발 주자로 출발, 사업개시 2년만에 거목으로 우뚝 선 삼성테스코의 행보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올해는 큰 그릇 만들기 경영에 힘을 쏟을 겁니다. 2005년까지 점포 55개를 운영할 수 있는 회사그릇이 되려면 임직원 모두 용량을 더 늘리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테스코가 사이버 유통강의를 개설, 교육에 부쩍 열을 올리는 것은 그릇만들기 경영의 결과물이다.
이를 홈플러스 유통대학으로 발전시켜 테스코의 교육장으로 만드는게 이 사장의 꿈이다.
이 교육센터에서 훈련된 인재들을 해외시장에 파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매정보 기술을 개발,실험하며 시스템화하는 IT(정보기술)본부를 한국에 둠으로써 IT기지화 하는 방안도 본사에 제안해 놓았다.
이같은 방안들이 실현될 경우 삼성테스코는 전세계 영업망을 구축한 테스코의 교육 및 IT 기지가 될 것으로 이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를 소매 정보기술과 물류 기반을 완벽히 다지는 해로 삼겠다는 의지도 미래를 내다본 포석의 하나인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초 김대중 대통령의 유럽 순방때 동행, 민간 외교관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이때 동행한 기업인은 이 사장과 영국출신의 한국 현지법인 대표 등 단 두명.
이 사장은 영국 기업인들과 한국 정부 관계자간 가교가 돼 한국에 대한 투자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기에는 데이비드 리드 부회장 등 테스코 본사 고위 관계자들이 큰 힘이 돼 주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테스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됐음도 물론이다.
세계 최고의 유통전문가를 꿈꾸는 이 사장의 힘찬 질주가 말의 해인 올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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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46년 경북 칠곡 출생
65년 대구 계성고 졸업
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98년 한양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2001년 한양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과정 수료
70년 제일모직 입사
78년 삼성물산 런던지점장
90년 삼성물산(건설) 개발사업본부장
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 전무
96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보좌역 부사장
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99년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