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10대1도 깨진 원.엔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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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이 오랫동안 수출채산성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간주해온 1백엔당 1천원선이 맥없이 무너져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최근 엔저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이 기준선 붕괴는 어차피 시간문제였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온 감이 없지 않다.
정책당국은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고,기존 경제운용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엔화약세가 지속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본정부의 기대처럼 엔저현상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수출을 촉진해 경기를 회복시키기 보다는,오히려 일본 주가 하락으로 금융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엔화약세가 동아시아경제 전체에 미칠 엄청난 악영향을 우려하는 국내외 목소리를 감안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원이나 엔저현상 유도보다는 부실정리와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엔화약세가 취약한 일본경제의 실상을 반영한 자연스런 결과라고 해도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의 지적대로 적어도 엔화가치 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만은 시정해야 옳다.
엔화약세에 대한 우리측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국산제품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화절하를 용인할 경우 주택경기 과열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물가가 들썩이기 쉽다는 점 때문에 정책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아쉬운대로 외화부채 상환을 앞당긴다든지 외자도입 시기를 조정한다든지 해서 달러유입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일정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통해 원·엔 환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들 대책의 시행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그리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신경써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당국은 처음엔 일본정부가 엔저현상을 부추기는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필요하다면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적정환율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요즘엔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경제 형편을 감안해 어느정도의 엔화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돌아서면서 엔저현상 대응에 두손 놓고 있는 느낌이다.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일관해선 안될 것이다.
정부당국은 원·엔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수급 조절이나 외평채 발행은 물론이고, 해외투자 촉진 등 시행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