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부시 대통령이 10일 사태진화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엔론의 파산과정과 로비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과 엔론의 자금난에 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엔론사건 수사에 착수한 법무부의 존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엔론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레이 회장이 파산보호신청 2개월전인 작년 10월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돈 에반스 상무장관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구원요청을 했다고 밝혀 백악관이 엔론의 파산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그러나 "두 장관은 정부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레이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부시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엔론을 감리한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은 이날 엔론관련 서류의 상당량이 파기됐다고 밝혀 백악관의 은폐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부시가문의 자금줄로 알려진 엔론과 백악관의 유착 가능성을 야당인 민주당이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어 오는 11월의 중간선거까지는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