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IT산업의 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8일은 국내 정보기술(IT)산업 역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다.
중국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인 차이나유니콤 주최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서비스 개통식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CDMA 기술 종주국임을 세계에 알렸다.
중국정부는 양승택 정통부 장관과 국내업체 대표에게 칙사대접을 했다.
양 장관은 에릭슨 노텔 루슨트테크놀로지 회장을 비롯 세계적 이동통신업체 대표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개통식에서 우방궈 부총리에 이어 유일하게 치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 LG 노용악 부회장,삼성전자 강호문 부사장 등도 귀빈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우방궈 부총리는 "한국이 중국 IT산업화를 지원하지 않았으면 큰일날뻔 했다"고 치켜세웠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한국을 치겨세운 건 물론 의도가 숨겨져 있다.
바로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지렛대로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구미 선진업체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중국내 이동통신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외국업체들의 배만 불려왔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CDMA 방식을 도입해 자국내 기업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중국은 신식산업부(국내 정보통신부) 주도로 TD-SCDMA 방식을 독자개발했지만 상용화에 성공할지는 부담이 커 결국 CDMA 방식을 택했다.
CDMA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독자기술 개발을 주장하는 우지치엔 신식산업부 장관과 CDMA 도입을 강력히 민 쩡베이옌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간 대결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쩡베이옌이 승리했으며 그 결과가 98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CDMA 공동산업화 합의''로 나타났다.
중국은 여기서 나아가 ''정보화영도위원회''를 조만간 설립,IT산업을 총괄토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DMA 도입 반대를 주장한 우지치엔 신식산업부 장관의 힘을 빼자는 조치다.
중국에선 장관이 임기직으로 도중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까지 바꿔가며 자국 산업과 기업을 키우는 중국을 보노라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강현철 산업부 IT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