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망 개통은 중국에서 CDMA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도 일대 사건이다. 우선은 CDMA 단말기 시스템 서비스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의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기대를 높이는 것이지만 한ㆍ중간 표준이나 기술협력으로 발전하면 차세대 정보통신 분야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경쟁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과 중국이 CDMA 서비스 공동산업화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CDMA 핵심칩과 무선인터넷 플랫폼 공동개발을 추진하자는데 합의했다고 한다. 이 두 분야가 우선 거론된 것은 무엇보다도 두나라간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CDMA 핵심칩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과 중국 모두 미국 퀄컴사의 독점력에 직면해 있다. 최근의 로열티 분쟁에서 나타나듯 한국과 중국의 이해를 상충되게 하려는 퀄컴의 전략에 비춰볼 때 한ㆍ중간 공동대응 그 자체만으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선인터넷의 핵심기술인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퀄컴은 현재 브루(BREW)라는 플랫폼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면서 국내 관련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역시 머잖아 무선인터넷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잘하면 양국 공동의 무선플랫폼이 세계적 소프트웨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협력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이런 분야외에도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로서는 기술력을 확보한 분야라고 해도 좁은 내수시장이 갖는 한계로 인해 세계적 표준으로 연결시킨다든지 기술적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좀체 쉽지가 않다. 반면 중국은 방대한 시장규모로 보면 어느정도 협상력이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피해의식이 크다. 이번 CDMA 서비스 도입도 그동안 유럽형 GSM 서비스가 결과적으로 외국업체들의 잇속만 채워줬다는 판단이 큰 동기가 됐다. 그러나 중국이 진정으로 절치부심하는 것이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기술발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정보통신 분야에서 핵심기술과 표준은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또 시장규모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보통신 전반에 걸쳐 한ㆍ중간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