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패스21''스캔들같은 대형비리에 연루된 것은 벤처지원시스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산업은행에 대한 추가수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것도 이번 패스21 비리에 이 은행이 엮인 과정을 살펴보면 다른 벤처비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은측은 이번 비리연루를 ''직원 개인차원''이라고 해명하지만 시스템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은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본부내 벤처투자팀이 업체를 발굴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각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한 기업에 영업점장이 벤처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 패스21의 윤태식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패스21의 전신인 B사에 대한 산은의 투자는 당시 벤처투자붐이 한창이던 지난 99년12월 산업은행 본부 벤처팀이 결정했다. 투자결정의 권한은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에 따라 다르다. 당시 규정상 건당 10억원을 넘지 않는 투자는 투자실무위원회에서 결정토록 돼 있다. 10억원을 초과하는 투자는 본부 여신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문제의 B사에 대한 투자는 5억원이었던 만큼 투자실무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이번에 구속된 강모 팀장과 김모차장은 이 당시에도 벤처투자팀에서 일했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박모 이사는 당시 투자실무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대상 기업인 B사의 김모 사장이 뇌물을 실무위원들에게 제공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뇌물 청탁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돼 있는 벤처투자결정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여신시스템을 개편했다. 기업을 발굴하는 마케팅과 여신을 결정하는 심사업무를 분리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는 이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벤처기업은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자금액이 10억원 미만으로 적다는 점과 신기술 등 벤처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벤처기업 발굴과 이에 대한 투자를 하나의 팀이 총괄하게 됐다. 업계와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그만큼 컸던 셈이고 이같은 우려는 결국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