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이 잘 나가던 뉴욕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업들의 수익발표가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은데다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위험(significant risks)''이 있을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이 연초 생기를 보이던 증시를 급랭시킨 것.특히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영향이 컸던 탓에 시장에서는 ''그린스펀이 월가의 새해 잔치를 망가뜨렸다''는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었던 공식연설에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회복이 가까이 왔다고 선언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시장에 확산되는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 수익과 투자가 아직 불안하고 소비회복도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 수익 전문 조사기관인 톰슨파이낸셜은 "기업 수익이 좋아지는 방향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며 "수익을 하향 조정하는 기업들도 많은 실정"이라고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에 동조했다. 사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월가에는 낙관론이 팽배했었다. △예상보다 좋았던 연말소비 △실업청구수당 감소 △상품가격 상승 △기술주 등 경기에 민감한 주식들의 강세 등이 낙관론을 부풀렸었다. 뉴욕 ISI그룹의 경우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있었던 지난 11일 "이번 분기에 3%의 실질성장을 기록하면서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앞당겨 침체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자신했을 정도였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5일 연속 하락,다시 10,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다우(9,987.53)와 S&P500(1,145.6)은 연초 상승폭을 모두 잃어버리고 작년 말보다 각각 0.3%,0.2% 밀렸다. 나스닥은 지난주 1.7% 하락한 2,022.46을 기록했지만 작년 말보다는 3.7%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금리 추가 인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FRB가 이달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확률이 그동안 30% 이하였으나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이후 50%선으로 올라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기대심리가 높아질 경우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종목별로 보면 경기에 민감한 주식들의 낙폭이 컸다. 하니웰 보잉 듀폰 캐터필러 GE 등 우량주들이 4% 이상 하락했다. 다우 30개 종목 중 낙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GE.지난 한 주 동안 무려 6% 하락한 주당 38.23달러를 기록했다. 11월 중의 주문이 15~20% 줄어드는 등 10월(10~15%)보다 영업실적이 나빠졌다는 소식 때문이다. 미국 내 ''빅3'' 할인매장 중 하나인 K마트의 파산 가능성이 얘기되는 와중에 무디스가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린 지난 11일 이 회사의 주가는 주당 3.3달러로 하루 만에 21% 폭락했다. 지난주 전체로는 30% 하락한 것으로 30년 만의 최저치로 기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