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게이트''는 해방 이후 남북분단의 비극적 정치상황과 최근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안기부장 청와대수석 장관 국회의원 경찰청장 신문사사장 기관원 기자 고위공무원 등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모두 나오고, 대통령까지 등장한다. 물론 그 가운데 억울하게 간첩누명을 쓰고 죽은 김옥분씨와 그 가족들이 있다. 등장인물의 면면만으로도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만든다면 사건의 성격이 복합적인 만큼 멜로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블랙코미디 등 여러 장르로 제작할 수 있다. 먼저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주인공은 가난한 충청도 농군의 딸 김옥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한 시골소녀가 서울에 올라와 버스안내양 술집종업원 등을 전전하다 돈을 벌려고 홍콩까지 건너간다. 어렵게 번 돈을 고향집에 보내던 김옥분은 한 남자를 사랑해 결혼하지만 이내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안기부는 그녀를 간첩으로 발표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로 인해 화병으로 죽고 오빠도 술로 세상을 원망하다 사고로 죽는다. 또 동생은 이혼을 당하는 등 가족 모두가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한 많은 15년의 세월을 보낸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지만 남은 건 눈물 뿐이다. 제목은 ''우리 수지 김''이다. 다음은 추리형식의 서스펜스 스릴러.주인공은 잡지 기자와 TV방송 PD다. 수지 김 가족의 억울한 얘기를 접한 기자와 PD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기로 작정, 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들과 싸움을 벌이며 살인자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PD는 절친한 동료PD가 살인자로부터 방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이기도 한다. 잡지기자의 7년에 걸친 추적 보도와 방송PD의 집중 취재로 미스터리의 베일이 하나 둘씩 벗겨진다. 드디어 수지 김은 간첩이 아니었다는 진실이 밝혀지고 이를 은폐하고 조작한 권력기관의 전모가 드러난다. 007시리즈에 나오는 ''본드 걸''처럼 10여명의 ''윤태식 여인들''도 볼거리다. 제목은 ''미스터리 추적-수지 김과 패스21''이다. 또 하나는 사회풍자성 블랙코미디로 주인공은 윤태식이다. 중학교1년 중퇴자인 그는 홍콩에서 만난 여자와 살다 살인을 저지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납북당하다 탈출한 반공영웅으로 둔갑한다. 세상살이가 이처럼 쉬울 수 있는가. 자신감이 생긴 그는 ''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나선다. ''패스21 주식''이란 첨단병기로 무림의 고수들을 하나 둘 차례로 쓰러뜨린다. 처음 걸려든 게 언론사 사장과 전직 국회의원.그들을 통해 청와대수석 장관 국회의원 등을 소개받으며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떠오른다. 신문 잡지 TV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인터뷰가 쇄도하고, 기사가 났다하면 돈을 싸들고 찾아와 주식을 달라는 사람이 줄을 선다. 인터뷰한 기자에게 주식을 좀 주면 고맙다고 절을 몇 번씩 한다. 벤츠를 타고 청와대도 제 집 드나들 듯 한다.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배꼽을 잡고 웃는다. 세상에 이렇게 싱거울 수가 있는가. 그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과거의 윤태식이 아니다. 육사를 나온 육군대위 출신의 엘리트요, 한국의 IT산업을 이끌고 갈 벤처기업인이다''.고관대작들이 넘어 갈 때마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역시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 사기도 노력이다. 그동안 내가 노심초사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러다가 살인죄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두 달 남겨놓고 모든 게 들통난다. 감옥에 가면서 하는 말."아, 시간이 조금만 더 빨리 흘러갔다면 완벽할 수 있었는데…. 하늘이 돕지를 않는구나" 제목은 ''패스야 놀자'' 또는 ''주식이 뭐길래''이다.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