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탕감 규모 최대쟁점 .. '하이닉스 매각협상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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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이 부채 탕감과 가격산정 문제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이번주 내에 협상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이크론측이 지난 11일 미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타결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견조율 기간에 따라 타결 시기가 다소 유동적"이라는게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의 말이다.
마이크론은 채권단에 대출금의 50% 탕감을 요구하면서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특위측이 산정한 회사 가치(약 10조~12조원 추정) 만큼은 받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사는 그동안 하이닉스 메모리사업 전체(D램과 S램, 플래시메모리 등)를 매각하고 메모리 분야의 법인(마이크론코리아)을 설립하고 비메모리 분야에는 마이크론이 19.9%의 지분과 5%의 추가 옵션투자를 한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부채탕감 문제.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부채중 일부는 채권단에 탕감을 요구하고 외상매입금 등 상거래 관련 채무 등은 직접 인수하며 나머지는 자사 주식으로 하이닉스에 대금을 지불한뒤 이를 부채 상환에 쓰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모리 부문을 매각한 뒤 남는 하이닉스의 매출규모가 1조원 수준에 불과해 부채도 1조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채권단과 마이크론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채권단이 약 3조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할 경우 하이닉스의 부채는 약 6조7천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부채를 5조7천억원 가량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중 차입금 5조원에 대해 마이크론은 50%의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을 쌓은 부분은 이미 포기한 채권이므로 탕감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채권단은 20-30% 이상의 추가 손실은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채권단은 1조원 이상을 탕감해야 하는 실정이다.
마이크론은 또 하이닉스 부채중 상거래관련 채무 등 1조원 이상을 떠안을 전망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지불할 총금액은 부채탕감 규모에 따라 유동적이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지분 25% 인수에는 프리미엄을 제외하면 1조5천억원(11억5천만달러) 정도가 들어갈 전망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 하이닉스 자본금이 10조원 규모이고 현재 주당가격이 액면가의 60%선인 3천원 정도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계산으로 마이크론은 부채탕감 20%시 하이닉스에 6조2천억원, 부채탕감 50%시 4조7천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중 부채인수분을 제외하면 실제 마이크론 주식으로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지불하는 부분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마이크론의 주가가 31달러 수준, 발행 주식은 6억주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2백10억달러에 달한다.
마이크론은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 20~25%(약 40억~50억달러) 이상의 신주 발행을 꺼릴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이 ''50% 부채탕감안''을 국내 채권단에 던져 놓고 돌아간 만큼 이제는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가 채권단과의 의견 조율을 거쳐 답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주에는 외부와의 협상보다는 내부협상이 활발할 전망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 부담이 덜하지만 그래도 부채 탕감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생각하는 가격차이가 꽤 있어 기대했던 것처럼 금방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라는게 특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떤 경우이든지 하이닉스와 채권단측의 손에 들어올 메모리 부문 매각대금은 기대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박 사장과 스티브 애플턴 사장 등 양사 대표가 참석한 3차 협상이 지난주 일단락됨에 따라 이번주에는 재정자문회사를 통한 실무협의에 돌입, MOU 체결을 위한 막판 조율을 시도한다.
양사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로 예상되는 실무협상에서 하이닉스 메모리사업의 가치평가와 부채탕감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좁힌뒤 구속력이 강한 MOU를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