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 '최초'의 물가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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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월1일의 ''설''은 중국 국민들에게도 최대의 명절이다.
약 10일간 쉰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설에 고향을 찾는다.
주로 열차를 이용한다.
그런데 물가당국이 설을 한달여 앞두고 열차요금을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당국은 궁리끝에 베이징 철도빌딩(鐵道大廈)에서 ''열차요금 조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하루종일 열린 공청회는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후야둥(胡亞東)철도부 운수국장이 요금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열차요금도 이제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요금이 너무 낮아 소비자가 폭주,수송량을 감당키 어렵다"고 말했다. 철도공무원 대표로 참가한 선양(瀋陽)철도국 리톄청(李鐵成)씨는 "철도공무원은 업무량 폭주로 설 연휴기간 잠도 제대로 못잔다"며 거들었다.
소비자 대표들의 반론이 터져나왔다.
"설 연휴 철도를 타는 사람의 대부분은 민공(民工·도시에 들어온 농촌 근로자)들이다.
그들의 경제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열차요금을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선전 노동자인 오샤오쑹(肖小松)씨는 0%에 가까운 물가인상 지표를 제시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소비자인 우마오탕(吳茂堂)씨는 "철도부는 요금을 올리기 전에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국가기관이 주최한 중국 최초의 물가관련 공청회에서 중국사회의 변화상을 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정부기관인 철도부가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해 발표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책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태도 역시 크게 달라졌다.
그들은 공청회에서 정부의 실책을 거침없이 꼬집었다.
''소비자들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식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을 중계하던 CCTV 사회자는 "정부가 행정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공청회를 평가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