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책에 대한 ''개선방안''이 나왔다. 벤처기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벤처관련 시책을 시장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근본적인 전환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정부기관이 복잡한 기업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평가할 능력도 없으면서 공연히 육성한다고 나서 도덕적 해이만 조장한 기존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개선방안의 골자는 벤처기업 지정요건을 강화하고 지원기간을 6년으로 제한하는 ''벤처기업 졸업제도''를 도입하며 벤처캐피털의 부채비율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정요건을 어떻게 강화하건, 그리고 지원기간이 3년이건 6년이건 왜 시장에 맡기질 못하고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입장정리가 없어 유감이다. 당장 사업화하기는 어렵지만 파급효과가 크고 소요자금이 많이 드는 기반기술에 대해선 국책연구과제로 선정해 거액의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도,사업화를 통해 ''대박''을 노리는 벤처기업에까지 별도로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우리경제에 벤처붐이 몰고온 긍정적인 측면을 전혀 무시하는 건 아니다. 기술입국 의지 천명,전문인력의 중요성 부각,첨단산업에 대한 관심고조 외에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틀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고 벤처육성을 통한 제품 고부가가치화와 고용창출에 거는 기대 또한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벤처투자가 과열된 배경에는 때마침 불어온 전세계적인 인터넷붐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은 코스닥주식 열풍이 가세한 탓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관련부처들이 영역다툼을 벌이면서 경쟁적으로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등 정부가 앞장서 벤처과열을 조장한 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다. 그 결과 불과 4년도 안돼 벤처기업 수가 1만개를 훨씬 넘었고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7%대로 커졌지만,지난해 엔젤투자 규모가 정부투자액의 10%도 안될 정도로 기형적인 성장을 했으며 벤처기업의 60% 이상이 수출이나 해외진출을 전혀 못하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기술개발보다는 주식팔기에만 급급했던 인상이 짙다. 이러니 온갖 벤처비리가 터져 나온 건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문인력 양성과 법제도 정비 등 벤처기업 성장여건 조성에만 힘써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