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이미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룬다. 일부 업체들은 공장을 거의 풀가동하며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의 평가절하와 불투명한 미국경기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제조업 경기가 내수부문 호조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반도체=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침체국면을 벗어났다는 사실이 확연해지고 있다. 주력인 1백28메가 D램은 14일 아시아현물시장에서 평균거래가 3.6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백56메가D램도 7.14달러로 7달러를 돌파했다. 1백28메가 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50% 이상 올랐다. 새해 들어 2주일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11월 초 1달러에도 못미쳤던 데 비하면 폭등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름세다. 반도체업체들은 고정거래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아직 현물가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등 일부 회사는 고정거래가격이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며 다른 기업들도 격차를 좁히고 있다. ◇전자=가전업계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이번달 매출이 지난해 12월보다 10%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션TV와 DVD플레이어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 대형제품들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경우 1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C의 경우 윈도 XP 출시와 가격 하락이 PC 교체주기와 맞물리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휴대폰 역시 컬러폰 내수가 늘고 있고 중국의 CDMA 상용화 등에 힘입어 내수와 수출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특히 통신서비스업체들이 무선랜 공중망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전자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올해는 생산과 판매가 모두 작년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특별소비세 인하와 함께 월드컵 특수 등도 소비촉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문은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가동률이 90%를 넘고 있으며 1월 중 전체 내수판매 증가율은 12∼1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내수판매 실적을 작년(1백45만1천대)보다 4.8% 늘어난 1백52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지난해는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들어 일부 원료와 제품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감산에 들어갔던 유화업체들이 공장가동률을 다시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수급여건은 점진적인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수급팀장은 "올해는 설비증설 등 공급과잉을 초래할 요소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철강=철근 경기는 상대적으로 호조세다. 건설경기가 좋아지면서 철근업계는 비수기인 한겨울에도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철근 판매량은 총 82만t(내수 79만9천여t,수출 1만9천여t)으로 봄가을 성수기 판매량에 육박했다. 중소형 건축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철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전반적인 건설경기 호조에다 다가구 주택 등의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이 가구당 0.7대 이상에서 1대 이상으로 강화돼 철근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선=세계 조선시장은 지난해 미국 9·11테러사태 이후 발주가 줄어들고 선가가 하락하는 등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조선업계는 유조선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으며 해양 원유개발설비 수주도 예정돼 있다. 조선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인다는 뜻이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유조선 2척을 1억달러에 수주한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에 수주한 것은 중형 유조선이나 1월 말께 4억∼5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해양원유개발설비(FPSO)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