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주가 시장에 모멘텀을 불어넣고 있다. 수요회복보다는 공급감소를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나 반도체 메모리 D램 현물가격이 상승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뒷받침해주는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쟁력 우위가 예상되고 인텔의 분기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개선에 대한 전망도 매수세를 잡아놓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돌면서 종합지수가 720선이 지지되며 5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했다. 종합지수가 750선 이하에서 조정을 받고 있으나 반도체 D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PC, LCD 관련 종목들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700선 이상의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 종합지수 720선 지지, 반도체 주도 장세 = 14일 종합주가지수는 744.03으로 지난 금요일보다 16.67포인트, 2.29% 오름세로 마감했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92.70으로 1.90포인트, 2.09%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도 거래소 강세에 연동되며 75.11로 0.09포인트, 0.12% 상승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오전 장중 외국인과 기관 매도로 720선이 붕괴될 위험까지 있었으나 720선 부근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뒤 오후들어 아시아 반도체 D램가격이 사흘째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상승폭을 넓혔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는 D램 가격 상승 소식에다 실적 호전 기대감이 작용하며 급등세를 보였고 이에 연동하며 반도체 장비재료, LCD 관련 종목 등에 순환매수세가 유입됐다. 외국인도 닷새째 순매도했으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는 순매수세를 유지했고 선물시장에서도 5,000계약 이상 대량 순매수를 유입시키며 시장분위기를 선도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주 이틀 조정 이래 사흘만에 상승하며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2만4,000원, 7.84% 급등하며 33만원의 하루 최고치로 마쳤다. 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의 협상 기대감에 삼성전자 상승에 연동하며 3,165원으로 135원, 4.46% 오르며 마쳤다. 반도체 관련주의 급등과 관련해 조정을 받던 주성엔지니어링, 미래산업, 신성이엔지, 디아이, 유일반도체, 아토 등 반도체 재료·장비업체가 상승했고, 우영, 태산LCD 등 LCD 관련주가 다시 올랐다. 아울러 코스닥의 엔씨소프트가 상한가를 진입한 것을 비롯해 액토즈소프트 등 게임관련 종목이 크게 올랐다. 대형주중에서는 SK텔레콤이 합병관련 기대감으로 2.5% 반등했고 포항제철, 신한지주 등도 반등했다. 코스닥에서는 새롬기술이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옥션 등도 올랐다. 그러나 거래소에서는 삼성전자 등 주도주군에 대한 강세가 이어졌으나 하락종목이 429개로 상승종목 364개보다 적었으며, 코스닥에서도 하락종목이 361개로 상승종목 326개보다 적었다. ◆ 종합지수 700선 이상 흐름 전망, 반도체 편중 경계 = 시장에서는 지난 7일 757선까지 올랐다가 단기 조정에 들어간 이래 장중 720선이 지지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이래 하루 20포인트 안팎의 변동성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모멘텀이 강화되지는 않았으나 반도체 주도주를 중심으로 추세가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관련 주도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 반등과 실적 개선 기대감에 따라 주도주로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통물량 부족이나 인텔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시장의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경제가 4% 이상 5%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시장에 큰 반응은 없었으나 경기회복론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주도주를 중심으로 순환매 편중 현상이 이뤄지고 반도체 이외의 종목과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어 소외되는 종목도 늘어나고 있다. 지수 급등에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을 상회하는 등 시장의 내부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 등이 국내외에서 투자설명회(IR) 등을 시도하면서 투자가들의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관련주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모멘텀이 없고 소외종목이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재료보유주에 관심이 국한되는 패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매수세 확인 필요, 미국 ''리스크'' 감안해야 = 더군다나 외국인과 기관에서 뚜렷한 매수관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투자주체가 부각돼야 할 필요도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으나 지난 8일 이래 닷새째 순매도하고 있으며 기관 역시 엿새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다분히 선물과 연계된 매매에 국한되고 있다. 외국인이 이날 선물시장에서 5,000계약 이상 순매수했다고 하더라도 투기적 매수이고 현선물간 시장베이시스의 흐름이 콘탱고로 완전히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SK증권 투자정보팀의 김종국 차장은 "지수가 올라온 데다 원화절하 등의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익실현을 하며 순매수가 위축됐다"며 "주변 여건상 700선 이하에서 대기매수가 작용하겠지만 반도체 이외의 종목별 접근도 수월치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수급상으로도 외국인이나 기관 등 투자주체별 매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관련주 등 재료모멘텀을 가진 종목으로 차별화하고 역차별 속에서 저평가된 종목으로 집중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시장이 연초 기대감 장세 이후 펀더멘털 취약성이 제기되며 조정을 받고 있어 추가 상승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심각한 위험'' 발언이 충격을 준 터여서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그린스팬 의장의 발언을 ''과대 낙관론''을 의식한 경계성 수사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달러/엔의 급등과 금리의 급반등을 억제하고 주가의 완만한 상승을 이끄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연초 급등락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앨런 그린스팬 의장의 발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면서도 "미국의 설비투자 등이 뚜렷하게 돌아서지 못하고 W자형 경기론도 나오고 있고 국내 수출도 좋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