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개인들이 향후 경제동향을 어떻게 전망하고 기대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실질적인 경제성과는 크게 달라진다. 현재의 경기침체가 곧 끝날 것 같은 기대가 많다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소비하는게 낫다고 판단,실제 경기침체도 단기에 끝나게 된다. 9.11테러가 터진 작년 9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연간 환산치로 1천5백80만대에서 10월에 2천1백10만대로 급증한 것은 자동차 회사들이 당시 들고 나왔던 무이자할부판매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아 미리 자동차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제 경제관계에서도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수출입이나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결정은 환율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는다. 그 환율은 교역상대국의 경제상황및 정치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주체들의 기대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의 효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FRB는 은행들간의 하루짜리 초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만을 조정할수 있다. 이 금리의 조정효과가 다른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FRB의 단기금리 조정이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달려 있다. 장기금리의 경우 경기변동주기 초반에는 단기금리와 같이 움직이지만 후반기에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FRB가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를 시장이 정확하게 예측하면 그에 따라 장기금리가 반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FRB의 정책효과도 달성된다. 금융정책의 효과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좌우된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기대는 FRB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이뤄지는 때도 적지 않다. 그러한 기대는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첨단기술산업분야의 호황과 거품붕괴,9.11테러등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어렵게 만들어 결국 경제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첨단기술산업의 장기호황과 뒤이은 거품붕괴로 미래의 자산가격과 소비자들의 소비수준이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9.11테러는 경제전반에 불확실성을 초래,단기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FRB는 이같은 상황변화에 때로는 즉각적으로,때로는 시간을 두고 반응했다. 9.11테러의 경우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동결시키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곧바로 금리인하로 대응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증시가 급등하던 당시에는 그다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FRB는 상황변화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유혹을 받지만 FRB의 금리조정은 시간을 두고 그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판단후 정교하게 대응하는게 중요하다. 특히 FRB가 물가안정을 꾀하면서 최적의 성장을 유지하기위해 정책을 편다는 믿음을 경제주체들과 시장에 확고하게 심어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제주체들이 FRB를 믿게 되고 그 믿음 자체가 FRB의 정책효율성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FRB는 이런 차원에서 경제주체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금리조정권을 갖고있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회의가 끝난후 발표되는 성명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그 성명은 금리조정 사실만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항후 경제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에 대한 위원들의 시각과 향후 금리조정여부에 대한 그들의 감각까지 느끼게 해준다. FRB가 시장의 믿음을 얻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경제동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수시로 바뀜으로써 경제전반에 불안요인을 제공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런 불안요인을 제거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FRB가 시장안정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FRB가 그런 목적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고 시장과 정직하게 대화한다는 점을 각인시킴으로써 경제안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수 있다. 정리=고광철워싱턴특파원,gwang@hankyung.com .................................................................... 이 글은 앤토니 산토메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총재가 10일 내셔널이코노미스트클럽이 마련한 오찬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