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골프 뒷얘기]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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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 개장한 춘천CC는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는 전문가가 했지만,박 회장도 골프에 조예가 깊어 설계과정에 많은 참여를 했다.
박 회장은 세계 어느 골프장을 가더라도 그냥 오는 법이 없었다.
무엇인가 배울 점이 없는가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눈썰미가 뛰어나 언제 그런 것을 보고 왔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코스에 대한 애정도 깊어 지금도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도록 하고 벙커를 없애기도 한다.
특히 나무를 잘못 심으면 몹시 화를 낸다.
코스설계에 관한 박 회장의 생각은 이렇다.
우선 드라이버샷은 편하게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가능하면 모두 그린이 보이고 깃대도 보이도록 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봤을 때 페어웨이는 약간 눈 아래 있도록 조성했다.
편하게 치려고 왔으니까 중압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페어웨이에는 언듈레이션을 준다.
쉽게 보이지만 약간의 난이도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린은 포대그린이 많다.
짧게 맞았는데 굴러서 올라가는 ''요행''을 사전에 차단한 것.
그리고 이른바 ''OB티''는 없앴다.
박 회장은 원래 라운드 때 캐디를 쓰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자연에 대한 도전이다.자기가 알아서 쳐야지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거리도 자기 눈으로 판단해서 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
박 회장은 또 미식가다.
어디 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 이를 기억해 놓았다가 가서 배워오도록 한다.
춘천CC 그늘집에 가면 ''오리면''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도 배워온 것이다.
클럽하우스 식당의 주방장은 박 회장이 맛있는 게 있다고 하면 바로 뛰어가 ''벤치마킹''을 해온다.
박 회장은 직접 요리하는 것도 즐긴다.
미식가라면 음식도 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래서 서울 성북동 자택으로 임원들을 불러 직접 요리를 해준다.
가장 잘하는 것은 볶음밥.
유학 때 자취를 하면서 익힌 요리솜씨를 뽐낸다.
김치와 돼지고기 등이 들어가는데 전문요리사 뺨 칠 정도로 맛있다는 게 먹어본 사람의 말이다.
춘천CC에서 골프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있을 때는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지인들과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직접 수제비를 끓여먹기도 한다.
골프모임 중 박 회장이 자주 참여하는 것은 ''합우회''다.
80년 언론통폐합으로 사라지기 전 합동통신 사장이던 박 회장은 당시 사원들과의 모임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상당히 공을 들였던 회사인지라 타의에 의해 경영권을 넘겨주고 난 뒤 몹시 속앓이를 하면서 골프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