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맥월드''는 애플컴퓨터가 주도하는 대규모 PC 전시회다. 이 행사 기간내내 샌프란시스코 중심가는 축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길거리 곳곳마다 맥월드를 알리는 광고판과 애플컴퓨터의 신제품 광고사진이 넘쳐난다. 지난 11일 애플컴퓨터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의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모스코니센터 전시장에는 수백명의 청중이 몰려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함께 컴퓨터 업계의 쌍두마차인 잡스에게 보내는 청중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잡스가 한 마디를 꺼낼 때마다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까지 보낸다. 잡스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학생은 "잡스는 나의 꿈이자 모든 것"이라고 했다. 잡스의 연설은 애플컴퓨터가 이날 처음 공개한 PC 새모델 ''뉴아이맥''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마치 장사꾼을 자처하듯 "우리가 그동안 만들었던 것들중 가장 멋있는 제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새 모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잡스의 연설이 진행되면서 "컴퓨터의 대가답지 않게 신제품을 자랑하러 나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말속에서 PC의 미래를 읽어냈다. 잡스는 이날 연설에서 ''디지털 허브(hub)''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애플의 매킨토시가 디지털 카메라,디지털 캠코더,DVD플레이어,MP3플레이어 등 각종 가정용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가진 디지털 기기가 활발히 보급되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새로운 PC수요가 계속해서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잡스의 예측과 달리 PC의 현재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던 PC산업은 지난해 최악의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세가 꺾였고 HP 등 거대 PC업체들조차 휘청거렸다. 올해는 시장이 다소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는 "PC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단정짓고 있다. "PC는 미래에도 PC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잡스의 주장이 과연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 궁금하다. 샌프란시스코=정종태 산업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