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美 수출보조금 규정위배" 최종판결] 美-EU 무역분쟁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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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외판매법인(FSC) 세금 지원법과 그 대체 법안인 해외법인 소득세(ETI)법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미국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WTO의 이날 판결로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40억달러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돼 철강수입쿼터제 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EU간 무역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경 1월15일자 10면 참조
EU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밀리던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모처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며 WTO의 판결을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1971년 이후 30여년간 보조금 문제로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EU는 이 기회에 천문학적인 보복관세를 무기로 ''미국 길들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는 우선 내달 19일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철강 수입량(쿼터) 제한과 최고 40%의 고율관세 부과 여부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또 미국 공산품을 본격 문제삼을 방침이다.
미국이 ETI법으로 자국 기업에 부당하게 수출보조금을 지급, EU 기업이 30% 정도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주장.
반면 미국은 발언을 자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부시 행정부가 곧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짧은 논평만 내놨다.
하지만 부시행정부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EU 보복관세라는 뜻밖의 ''외부 악재''까지 만났기 때문.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철강쿼터제를 시행하자니 EU의 보복이 두렵고, 없던 일로 하자니 미국 업체들의 반발도 걱정된다.
미국은 EU의 관세 부과 금액이 최종 결정되는 3월말까지 협상을 진행, 최대한 시간을 번다는 전략이다.
로버트 죌릭 USTR 대표가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EU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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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보조금 관련 미-EU 분쟁 ]
1971년 : 미 의회, 미국이 외국소득세법을 피할 수 있도록 해외수출기업(DIS)법 제정.
1976년 :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DIS법이 부당한 수출보조금지급법이라고 판결.
1981년 : GATT, 미-EU간 협상 촉구.
1984년 : 미 의회, DIS법을 해외판매법인(FSC)법으로 대체.
1998년 : 세계무역기구(WTO), FSC법을 규정위반이라고 판결.
2000년 : 미 의회, FSC법을 해외법인소득세(ETI)법으로 대체.
2001년 : WTO, ETI법을 규정위반이라고 판결. 미국, 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