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엔 40대의 손님들이 많았고,20∼30년 전 이름을 날렸던 포크송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을 바라보는 손님들을 살펴보니 모두 비슷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눈망울은 타오르듯 꺼지듯 순간순간 반짝였고,입가에는 씁쓸하고 때로는 관조적인 미소들이 번지고 있었다. 그와 비슷한 ''쓴 미소''를 본 적이 또 있다. 내가 존경하는 한 골프 선배가 있다. 그 분은 골프장에서 늘 특이한 동작을 한다. 남들이 보면 웃음 나오는 동작이지만,마지막 18번홀에서 예의 그 동작을 빼놓지 않는다. 엉덩이를 하늘로,머리는 땅으로 향하게 몸을 구부린 후,벌린 두 발 사이로 고개를 넣어 골프장의 풍경을 거꾸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코스를 보세요.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이곳이 정말 내가 걸어온 코스가 맞나 싶고,내가 이렇게 아까운 홀들을 언제 다 허비했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죠.이렇게 보면 각오가 새로워져서 18번홀에서는 좀 달리 치게 돼요" 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되돌아보는 골프장,그리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는 골프장….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의 아쉬움이 배어 있는,지나간 홀이 그토록 유려했음을 확인하고 다시 맞이하면 잘 하리라는 아쉬움과 애틋함,각오가 서려있는 그런 미소다. 요 며칠 날씨는 4,5월의 봄날처럼 따뜻했다. 겨울잠 자는 개구리가 깨어나야 하는지 망설일 것 같은 날씨,페어웨이의 잔디가 싹을 틔울 것만 같은 날씨였다. 한 겨울에 맡게 되는 훈훈한 공기가 어찌나 좋은지,코를 킁킁거리게 되었다. ''아,좋다.봄에는 몰랐었는데….참 좋은 날들이었구나.내가 마구 써 버린 그 봄날들이 이렇게 달고 포근할 줄이야'' 계절 역시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이 느껴지나보다. 삶도,골프도,계절도 모두 그러하다. 생활이 팍팍해도,볼이 안 맞아도,추위가 괴로워도…. 고개를 땅에 대고 1백80도 뒤집어 보면 달라질 것이다. 생활은 치열해서 좋고,볼은 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겨울은 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좋고….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