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장률, 그러나 낮은 물가와 실업'' 소위 신(新)경제(New Economy)''의 뼈대다. 신경제는 과연 부활할 것인가. 시기는 언제쯤일까. 2002년 한국경제신문이 던지는 네번째 질문이다. "산업시대의 경기 순환은 시대 착오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최고의 경제 언론을 자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9년 12월31일자 송년호에서 신경제의 영속성을 확신하는 이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곧바로 오보가 되고 말았다. 미 경제는 ''새 밀레니엄 개막''에 열광하던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2000년 4월14일(금요일) 하룻동안만 나스닥지수가 9.7%나 폭락한 것을 계기로 깊은 동면에 들어갔다. 이후 1주일간 나스닥지수 하락률은 무려 25%. 영원히 번성할 것 같던 미 경제는 이때를 시발점으로 다시 저성장과 고실업의 수렁에 빠져들었고 세계 경제는 동시 불황의 경기저점으로 밀려들어갔다. 산업시대 패러다임의 재연이기도 했다. ◇ 신경제는 진정 새로운 것이었나 =''신경제(New Economy)''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은 90년대 내내 뜨겁게 타올랐다. 논쟁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이코노미스트''의 대립에서 시작돼 경제학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비즈니스위크는 90년대 미국의 장기 호황을 이끈 주역은 정보기술(IT) 산업이며 투자 확대를 통한 IT기술 혁신이 생산성의 지속적인 증가를 가져왔고 이것이 장기 호황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 폴 로머 미 스탠퍼드대 교수, 또 뉴욕대 교수를 지낸 마이클 만델 비즈니스위크 에디터 등이 대표적인 신경제 옹호론자. 미 정부도 ''신경제 옹호론''쪽에 서있다. 90년대 호황을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표현하는 미 정부는 지난 19세기 전기와 내연기관의 발달이 인류에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가져다준 것처럼 IT혁신 역시 또다른 구조 변화를 몰고왔다는 얘기다. 반면 ''이코노미스트''는 줄곧 신경제론의 허상을 비판해 왔다. 미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신경제''가 고도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 왔다는 주장에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생산성 향상은 경기순환 상승기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 지속 성장은 가능한가 =많은 경제 전문가와 주식 투자자들은 IT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성장-저인플레''가 가능해졌다는 낙관론에 동조했다. 과잉 투자와 재고 누적이 불러온 과거의 경기 변동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들. 그러나 미 경제는 환호성이 채 멎기도 전인 2000년 들어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회의론자들은 일시적인 ''IT기술 쇼크''를 영속적인 경제 번영으로 착각, 과장해서는 안된다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마이클 만델 비즈니스위크 에디터는 ''인터넷 공황''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신경제 시대에는 기술순환으로 그 형태가 바뀔 뿐 경기 변동은 여전히 계속된다"고 적었다. ◇ 신경제는 어떻게 다른가 =신경제의 원동력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기업에 대한 전례없는 막대한 자본 공급시스템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에서 신경제가 태동한 배경에는 컴퓨터 인터넷 등 IT기술 분야에서 미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 등 첨단 자본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주식시장을 통해 벤처벤피털 자금을 공급받은 넷스케이프의 등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계심을 불러오며 새로운 기술 투자를 유발했고 온라인 증권사인 ''e트레이드''의 출현이 메릴린치의 수수료를 낮추게 만들었다. 윌리엄 보몰 전 프린스턴대 교수는 80년대 초 ''경합시장'' 개념을 통해 잠재적 경쟁 위협이 커질수록 인플레이션은 더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급자의 가격조절기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공교롭게도 90년대 신경제에서 그대로 현실화됐다. ◇ 신경제는 언제 부활하나 =명확한 시기를 못박기는 어렵지만 빠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국면 전환의 신호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경기와 관련, 폴 오닐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올해 말까지 3.0∼3.5%의 실질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3.5%에 도달하는 것은 신경제 시기의 성장률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 신경제의 견인차가 됐던 IT 투자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IT분야 투자는 2∼3년전 모델이 이미 효용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접어든 만큼 재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견해다. 여기에다 앞으로의 신경제는 IT와 바이오기술(BT)이 쌍두마차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 자료협조 : 삼성경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