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는 돈으로 산 정치권과의 유착이 곤경에 처한 회사를 살리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엔론사태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엔론사태는 미국 정치 및 경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6가지의 중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돈으로 이뤄진 정경유착은 기업회생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엔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선승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기업임에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엔론은 부시에게 선거기간 동안 62만3천달러를 모아줬고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은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를 위해 20만 달러를 쾌척했다. 그러나 엔론이 부시 행정부 각료들에게 긴급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이 신문은 엔론의 명백한 실수 가운데 하나가 부시 등 정치권에 대한 헛된 투자라고 꼬집었다. 두번째는 미국 회계법인들에 대한 개혁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아더앤더슨은 엔론에서 서로 상충되는 업무인 회계감사와 경영자문을 동시에 수행했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들은 대형 고객사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각종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로 엔론사태는 종업원들이 퇴직연금을 자사주에 투자할 경우 퇴직 후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깨뜨렸다. 퇴직연금계정에 자사주가 많이 들어있는 엔론 종업원들은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네번째로 엔론은 ''유형자산 없는 신경제 모델''을 표방,정보 등 무형자산에만 집중 투자한 것이 결국 부실을 키우고 내재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엔론이 에너지중개 분야에서 쌓은 신뢰가 부실회계 적발 등으로 일순간에 무너진 것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씨티은행과 JP모건이 투자은행 업무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대출기준을 완화한 점을 들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통합추세는 위험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