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가격 싸고 '채권단-마이크론 신경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가격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간 힘 겨루기가 갈수록 불꽃을 튀기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마이크론측이 38억2천만달러(약 5조원)의 부채탕감을 하이닉스채권단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이같은 내용을 즉각 부인하고 나서는 등 협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다.
채권단은 부채탕감 문제는 현 시점에서 논의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마이크론측이 부채탕감을 요구한 적도 없고 요구를 하더라도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은 3조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그동안 50%이상 부채를 탕감해 줬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측이 채권단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범위와 가격을 둘러싼 신경전도 치열하다.
최근 일부 외신은 마이크론측이 메모리부문을 25억∼30억달러 수준에 인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연수 부행장은 이에 대해서도 "D램생산공장 하나가 10억달러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7개 공장을 그 가격에 넘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에는 D램가격 급등세를 고려해 여유있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채권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지금 급한 쪽은 채권단이 아니라 마이크론"이라며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올해 64메가D램 평균가격을 개당 1달러로 전망하고 지난 연말 하이닉스에 채무재조정을 해준바 있다.
현재 D램가격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1.7달러 수준인 만큼 버티면 협상에서 유리한 쪽은 마이크론이 아니라 하이닉스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 이번 주중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열고 마이크론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채권단 입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채권단의 협상안을 마련해 마이크론측과 4차 협상에 조만간 돌입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안이 확정되면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을 대표로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서로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