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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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술에 취해 발가벗고 소를 탔던 수주(樹洲) 변영로,술을 마시면 기생의 치마폭에 시를 써댔다는 이규보,시 한수에 한잔 술을 얻어 마시며 전국 산천을 주유했던 김삿갓의 일화들은 아직도 애주가들의 안줏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당(唐)나라 때의 시성으로 불리는 이태백(李太白)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호수속에 뛰어든 일이나,10여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보(杜甫)와의 돈독한 우정을 가졌던 것도 모두 술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술에 얽힌 낭만과 풍류, 그리고 우정의 얘기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렇다고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음주운전일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는 원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을 정도다.
한국이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도 바로 음주운전 탓이라는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엊그제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이 발표한 ''소주 몇잔이나 마시고 운전하면 음주운전인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몸무게 70㎏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술 종류에 상관없이 두세잔 정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단속시 면허정지(0.05%)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주의 경우 석 잔(1백50㎖)은 0.06%로 면허정지기준을 넘으며,맥주는 5백㎖이면 0.05%,양주는 석잔(90㎖)이면 0.06%였다.
막걸리도 5백㎖이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6%로 맥주와 동일했다.
이렇다면 자가운전자는 무조건 술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얘기가 된다.
외국에서도 음주운전은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은 음주운전자를 무기를 소지한 살인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며,프랑스에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4%를 넘으면 즉시 병원으로 보내 채혈검사를 받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까지도 벌금형의 대상이 된다.
술을 마시고 안마시고는 순전히 개인판단의 문제다.
그러나 흥을 돋우고 인간관계의 윤활유에 그쳐야할 음주가 사회불안의 요인이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