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다워졌다. 일주일여의 외도끝에 예년의 한겨울 날씨로 되돌아 섰다. 바람끝이 낯설 정도로 차갑다. 밖으로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 법. 강태공들은 추위가 더 반갑다. 처마밑 고드름이 길어질수록, 저수지의 얼음이 두꺼워질수록 얼음낚시의 감칠맛이 더해지기 때문. 지난 주말 오후. 빙어축제 준비가 한창인 인제 신남선착장쪽 소양호 얼음벌판. 단단히 무장한 꾼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어린아이까지 함께 한 가족, 몸을 꼭 붙이고 앉은 연인들도 많다. 낚시라고는 모를 것 같은 이들이 칼바람을 마다않고 이곳을 찾은 까닭은? ''겨울 호반의 요정'' 빙어잡이 삼매에 빠진 얼굴 표정이 답변을 대신한다. 빙어낚시가 절정이다. 온가족 겨울레저의 대명사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고 비용부담도 덜하다는 점이 최고 장점. 얼음구멍을 낼 끌, 견짓대나 릴낚싯대, 간이의자 정도만으로 준비 끝. 바람을 등지고 앉아 구더기미끼를 꿴 채비를 얼음구멍 밑으로 드리우고 고패질만 해주면 그만이다. 빙어는 어른 새끼손가락 크기만한 냉수성 민물고기, 지방에 따라 공어, 은어, 방어로도 불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호수 깊은 곳에 살다 겨울이면 얼음층 가까이 올라와 산란을 위한 먹이활동을 한다. 맑게 개인날 오전 9시와 오후 3시를 전후한 시간대에 입질이 활발하다고 한다.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수초대를 피해 투명한 얼음이 있는 물골자리를 노린다. 한동안 입질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빙어는 떼지어 다니기 때문에 포인트만 잘 잡으면 한번에 여러마리를 낚아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수 있다. 챔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찌가 움직였다고 그대로 잡아채 올리면 허탕치기 십상이다. 약한 주둥이가 뜯겨 떨어진다. 손에 힘을 뺀 채 어깨로 슬쩍 들어올리는게 요령. 아니면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잠깐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빙어낚시를 어깨로 하는 낚시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빙어낚시의 백미는 먹는 즐거움. 잡아올린 즉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오이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회무침도 괜찮다. 남은 것은 집에 가져가 튀겨 먹는다. 빙어낚시 다음 순서는 얼음놀이. 추억의 앉은뱅이 썰매를 타보고, 얼음축구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머리위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른다. 단 한가지 주의할 점. 낚시를 위해 여기저기 뚫어놓은 얼음구멍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할 것. 인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