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960년대 자동차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명성을 얻었던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부인 랄프 네이더는 최근 기업들이 제시하는 초라한 배당금에 맞서 싸우고 있다. 네이더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보유현금이 무려 3백60억달러에 달한다며 MS는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MS가 현금을 세금회피를 위한 로비자금과 시장에서 독점 추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기업들 중 MS만이 현금을 보유한 채 배당금 지급을 보류한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중 지난해에 배당을 한 기업은 7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80년의 94%보다 20%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이다. 미국인들은 금리가 낮으므로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배당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재테크를 해왔는데 이것마저 힘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배당률도 지난 50년 이래 최저치인 3.3%까지 내려갔다. 경제 이론상으로 배당금은 주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경제학자인 머톤 밀러와 프랑코 모딜리아니는 배당은 주식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료분석을 통해 기업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거나 기업가치는 같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제로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거나 지급하지 않을 경우 확실히 주가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이론과 실제 주식시장의 반응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주가가 항상 상승하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메릴린치의 스티브 밀루노비치 이코노미스트는 배당금을 지급한 인텔 컴퓨터어소시에이츠 컴팩중 2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경쟁업체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성장이 빠른 기업이 배당금을 지불할 경우 배당금이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배당금 지급은 일부 투자자에게는 회사가 안전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에게는 참신한 투자처가 고갈됐다는 신호를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배당금 지급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상승을 이끌어왔다. 그만큼 시장에 거래 가능한 주식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주식 값이 오르는 것이다. 또 자사주 매입은 배당금보다 세금 문제에 있어 주주들에게 혜택을 더 준다.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이 배당수익에 대한 세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은 분기 및 반기로 고정돼 있는 배당금 지급시기보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재량권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을 때에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올림으로써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가 있을 때는 자사주 매입 대신 투자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배당금 지불과 자사주 매입등은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경영진들은 배당금 지급등 자금운용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회사가 이익금을 다시 투자할 수도 있고 주주들에게 반환할 수도 있다. 또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경영진들은 이러한 문제를 놓고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2일자)에 실린 ''Dividend''s end''라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