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Blue Ribbon Panel)의 평가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는 교수들 논문수가 외국 일류대학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며,학생들의 69%는 하루 2시간도 공부하지 않고,서울대생 89%가 ''대학에서 받은 교육이 취업준비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대답,서울대는 미국 중하위권 주립대들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 개혁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런데 이 평가 근거는 몇가지 심각한 ''통계착시현상''이 있다. 첫째,교수들 논문수는 1990∼99년 자연계 교수 1인당 SCI(Science Citation Index:과학논문인용지수) 게재논문 발표건수를 비교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95년까지 ISI라는 국제기관이 발표하는 SCI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96년 이후부터 조금씩 관심을 갖고 SCI에 논문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90∼99년의 10년 간 SCI 논문을 절대적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최근 3∼4년 간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ISI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서울대는 1999년 1천9백24편,2000년 2천2백2편의 논문을 발표,전 세계에서 73위였다가 55위로 급상승해 세계수준의 대학 반열에 들었음을 보였다. 즉 2000년에는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수가 외국 일류대학의 4분의 1 수준이 아니라 거의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둘째,학부학생들의 공부하는 시간에 대한 조사는 6백88명을 대상으로 ''매킨지''가 2001년 3월에 조사한 것으로,''하루 몇시간 정도 학교공부를 수업시간 외에 하느냐''를 물어본 것이다. 결과는 0시간이 13%,1시간 미만이 26%,1∼2시간이 30%로 69%가 2시간 미만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잘못된 통계다. 조사시점이 3월이라 학생들이 학교공부를 적게 할 때이고,또 공부는 학교공부 이외에도 어학공부 고시공부 등 다양한 공부가 있다. 수업과 관련된 순수한 공부시간만 갖고 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나 단과대 독서실에 와보면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셋째,서울대는 교육목표를 취업에 두고 있지 않다.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학문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취업만이 목적인 학생에게는 교육내용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이런 결과를 가지고 서울대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면 잘못된 판단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서울대 교수들이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긍심을 갖고 매우 열심히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자연과학대학의 경우,현재의 50위권 수준에서 2010년에는 세계 10위권 대학을 목표로 해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서울대 도서관의 장서가 외국 일류대학의 4분의 1 수준이고,연구비와 봉급이 2분의 1 수준도 안되며,교수 1인당 학생수는 2배 이상이다. 또 연구공간은 협소하며 실험기구가 열악한 상황에서,외국 일류대학과 비슷한 수준의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다수의 교수들이 있기에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점은 지적하고 반성해야 하나,잘하고 있는 점은 격려하고 힘을 보태주어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의 ''서울대가 개혁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특별히 개혁돼야 할 부분은 이 자문단이 지적했듯이,평교수들의 중론을 학사행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의 간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사 및 재정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고,학생들에게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방법을 진작시켜야 한다. 서울대를 국민이 기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은 물론 사회와 국가가 동참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