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광우병 파동 이후 미국에선 되새김질 동물 단백질을 같은 동물에게 먹이는 걸 금지시켰다. 그러나 지금도 소들에게 돼지 닭 개 고양이로 만들거나 닭똥에 콩껍질을 섞어 가공한 사료를 준다" 국제채식주의자연합 회장 하워드 리먼은 이처럼 동물시체나 배설물로 만든 사료및 살충제 투성이 작물을 먹은 동물의 고기는 결국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성난 카우보이). 리먼이 이런 위협적 경고를 내놓기 오래 전에도 서구엔 채식주의자가 많았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뉴턴 루소 밀레 슈바이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육식은 머리를 흐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채식주의가 확산된 건 광우병이 번지면서부터다. 서구에선 현재 3∼7%인 채식주의자가 곧 15%에 달하리라는 추정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요즘 채식 열풍이 거세다. SBS TV의 신년특집 ''잘먹고 잘사는 법''을 계기로 유기농 과채류와 곡물이 동나는가 하면 채식 정보를 담은 인터넷 사이트와 관련서적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면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성인병을 막고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암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통설이다. 목초지를 만드느라 매년 남한 면적만큼의 숲이 사라지고 이때문에 1천∼1만종의 생물이 멸종하는 만큼 채식이 곧 자연을 살리는 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 극단적인 채식은 해롭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체질에 안맞거나 단백질 철분 칼슘 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2000년 남자 고교생 평균 키가 1백72.2㎝로 10년전보다 3.7㎝나 커진데서 보듯 서구화된 식생활이 나쁘다고만 말하기도 어렵다. 89년 이상구 신드롬, 94년 ''안현필 삼위일체 장수법'',97년 황수관의 신바람건강학이 떴을 때도 한동안 채식붐이 일었다. 육식 중심의 식생활에 부작용이 따른다 해도 우리와 식생활 패턴이 다른 서구쪽 주장에 너무 경도되지는 말았으면 싶다. 채소류를 늘리되 단백질과 무기질 등도 고루 섭취할수 있도록 식단을 잘 구성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