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 설경구-이성재, 위트 넘치는 대결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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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설경구).
훔친 마약을 밀매해 한몫 챙기려는 악질형사다.
꾀죄죄한 옷차림,덥수룩한 수염,헝클어진 머리칼은 악취를 풍길 것만 같다.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토해내는 입은 거의 "변기"수준이다.
조규환(이성재).
대량의 상장예정 주식을 보유해 큰 돈을 쥐게 될 펀드매니저다.
깔끔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선 성공한 자의 풍모가 느껴진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 위해 부모를 난자하는 희대의 패륜를 저지른다.
"공공의 적"은 악질형사 강철중이 악독한 범인 조규환을 쫓는 형사액션물이다.
강우석 감독이 지난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후 3년반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뚜렷한 선악구도를 바탕으로 권선징악을 다뤘지만 닭살이 돋는 드라마는 아니다.
과도한 욕설로 인한 불쾌감은 넘치는 유머와 해학으로 희석되고 영화를 이끄는 두 캐릭터는 타락과 도덕의 경계를 넘나든다.
주인공 강철중 형사에게선 게으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지저분한 차림새는 말할 것도 없고,행동은 나사가 하나쯤 빠진 듯이 굼뜨며,상대방의 긴 질문에는 무성의한 짧은 답변으로 응대하고,상세한 설명 대신 주먹 한방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 타입이다.
무단이탈과 근무태만으로 강등된 그는 단순무지와 무대포정신을 대변한다.
대조적으로 조규환은 명석한 두뇌의 엘리트다.
철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적당한 선탠으로 마무리된 건강미,절제된 말씨와 행동,자상한 가장으로서의 면모마저 갖췄다.
두 사람은 영화 도입부에서 일찌감치 마주친 뒤 끝까지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비가 퍼붓는 여름밤,주택가 골목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철중은 전봇대 뒤에서 대변을 보고 일어서다가 판초를 걸친 사내와 부딪쳐 넘어진다.
화가 치민 철중은 달려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만 오히려 그의 비수에 얼굴을 베인다.
일주일 뒤 난자당한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날밤 사내가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철중이 범인추적에 골몰한 이유는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자기 얼굴에 상처를 낸 범인을 잡으려는 "복수심"이었다.
하지만 악의 실체와 맞대결하면서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본분을 차츰 깨닫는다.
철중역의 설경구는 내연(內燃)하는 에너지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반면 이성재가 맡은 조규환역은 평면적이다.
무표정한 악의 화신을 그려냈지만 성공한 펀드매니저에서 냉혈한으로 바뀌는 과정에 대한 해명은 부족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도 긴박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선명하다.
경찰은 여전히 부패의 온상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이며,선망의 대상인 신흥 엘리트들은 "돈버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신랄함을 담고 있다.
강신일(엄반장) 이문식(주류업자) 성지루(정보원) 유해진(건달) 등 조연들의 감초연기는 웃음을 보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5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