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8:28
수정2006.04.02 08:31
학교급식이 안되는 방학 중에는 점심을 거르는 아이가 꽤 된다고 한다.
끼닛거리가 없는 영세민의 자녀들이 아니다.
대개 자식 생각보다 이혼이나 가출을 먼저 생각한 부모들의 무책임으로 그렇게 된 아이들이라고 한다.
종교단체 등이 무료급식을 베풀지 않으면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 노숙자도 꽤 있다고 한다.
늙고 병들거나 어디가 어떻게 된 사람들이 아니다.
하루종일 뒷짐을 지고, 혹은 팔짱을 끼고 빈둥거리거나 거나하게 취해 한통속인 듯한 사람하고 찌그렁이를 부리는 사대육신(四大肉身)이 멀쩡한 사람들이다.
벌어먹는 것 보다 놀고 먹는 쪽이 나아 그러고들 있는 듯한 사람들이니 옆에서 보면 팔자 편한 사람들이다.
위에 예를 든 경우가 아니면, 오히려 너무들 먹어 탈인 게 흔히 보는 모습이다.
먹어서 죽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닐 만큼, 병원마다 먹어서 병난 환자가 많은 것은 오래 전부터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프랑스의 여배우와 식문화 충돌을 빚게 된 것도, 없이 살 때의 구황식이었던 개장국이 보란 듯이 식도락의 경지로 격상된 탓이었다.
이 식문화 충돌을 놓고 어떤 이는 ''보는 개''와 ''먹는 개''가 따로 있는데도 밖으로 홍보가 안돼 빚어진 오해 탓이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는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잡는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한국 중국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는 개도 신분 차별을 한다.
방안에서 먹고 노는 ''방안 개''는 곧 ''보는 개''로서 상층계급의 개, 마당에서 먹고 노는 ''마당 개''는 바로 ''먹는 개''인 하층계급의 개다.
마당 개도 예전에는 ''오뉴월 댑싸리 밑의 개팔자''로서 ''늘어진 팔자''의 대명사였다.
찾는 사람이 늘고부터는 용도 폐기된 속담이 되고 말았지만.
애완견 수렵견 경비견 인도견 등 괜찮은 신분도 많은데 하필 식용견이 된 것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 주인네와 달리 가축에는 자고로 씨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보가 덜 됐다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복날 개 패듯''한다는 말과 함께 잡는 것이 문제란 말에도 일리는 있다.
소를 물 먹여 잡아야 된다는 사람들조차 근절되지 않은 터에 아직껏 일정한 수준의 도축시설마저 없이 외국인의 시비에 응수한다는 것은 그다지 떳떳해 보이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가축은 정서적인 가치보다 경제적인 가치로 하여 인간과 더불어 왔다.
개를 놓고 한창 ''먹네 못 먹네''하는 중구난방의 와중에서 정부는 4종류의 사육된 동물을 가축의 무리에 새로 편입시켰다.
1백여 농가의 뉴트리아 4만마리, 1천여 농가의 오소리 3만마리, 4백60여 농가의 타조 1만2천마리, 3백여 농가의 꿩 50만마리가 새로운 가축으로 신분 상승인지 하락인지를 하게 된 동물들이다.
사육농가들의 경제적인 가치 창출과 그에 따른 공인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쓰이는 빈도가 ''꿩 먹고 알 먹고''와 비슷한 ''꿩 대신 닭''이란 말은 꿩의 신분이 예전에는 닭보다 상류였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생치(生雉)는 말리거나 익히지 않은 꿩의 생고기인데, 생치만두 생치구이 등 꿩고기 요리는 하층계급에서는 어쩌다 맛이나 본 음식이었다.
꿩이 21세기에 들어와 비로소 가축에 편입된 건 만시지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소리 타조 뉴트리아 등을 가축으로 편입시킨 것은, 한편에서는 있는 가축도 미처 못다 소화시켜서 문제요, 한편에서는 너무들 먹어서 문제인 판이므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오소리는 토종임에도 야행성인데다 겨울에는 동면을 하는 탓에 어디까지나 낯선 짐승일뿐이었다.
타조는 동물원의 전시용으로 구경감 노릇만 하다가 이제서야 고깃값을 하게 됐다.
뉴트리아는 남미 출신으로 생긴 것이 토끼와 비슷해 모피 동물로 들여 왔고, 기후 탓에 모피 동물의 가치를 잃자 육용으로만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가축의 축에 들게 됐다고 한다.
이 새 가축에 대한 경제성 여부는 사육농가부터가 삼가는 편이라고 한다.
소비처 확보도 안되고 장도 서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50년대의 메추리 파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남달리 불안감이 앞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맛부터 있는 대로 높이고 늘린다면 식도락을 즐기는 음식 남녀 덕분에 계산이 한결 쉬워질 수도 있는 일이다.
사육 농가들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