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e기업 집중분석] 백신업체 '하우리'..인지도 아닌 기술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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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체인 하우리(www.hauri.co.kr)의 대표이사 권석철 사장은 학생시절 개그맨을 꿈꿨다.
실제로 그는 대학 재학중이던 지난 94년 SBS 주최 개그맨 콘테스트에 나섰던 경험도 갖고 있다.
당시 그가 선보였던 유머는 요즘에 인기를 끄는 ''허무'' 개그.
시대를 앞서 갔던 그의 최첨단 유머는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예계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사업시작 초기에 겪은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 사장을 포함해 천리안 바이러스 동호회 회원 5명이 모여 ''하우리''를 만든 때가 지난 98년 3월.
''V3''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안철수연구소와 달리 20대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제품 설명회를 하는 ''하우리''를 인정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옷차림을 문제삼아 기본도 안됐다고 면박을 주는 업계관계자들은 하우리의 바이러스 백신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하우리, 바이러스가 빛냈다 =백신과 바이러스는 영원한 천적관계다.
하지만 무명의 하우리를 세상에 알린 계기가 악성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이 말은 적합지 않다.
지난 99년 4월 수많은 PC를 순식간에 정지시켰던 체르노빌(CHI) 바이러스는 하우리를 빛낸 주역이다.
CHI바이러스를 잡는 세계 최초의 윈도용 백신 프로그램인 ''바이로봇(ViRobot)''이 위력을 발휘해 하우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현한 ''님다(Nimda)'' 바이러스는 하우리를 백신의 본고장인 미국까지 진출시킨 일등 공로자다.
반도체 장비회사로 유명한 ''케이엘에이 텐코(KLA-Tencor)''사가 님다 바이러스로 위협을 받자 확실한 치료효과를 보여주는 바이로봇을 구매한 것이다.
◇ 경쟁자가 강할수록 좋다 =하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하우리의 어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보다는 경쟁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장점부터 말하곤 한다.
그러나 하우리는 오히려 이런 경쟁구도를 즐기고 있다.
확실한 벤치마킹 대상이 경쟁자로 가까이 있어 한눈 팔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하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워주는 부수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강한 경쟁자가 있어 부담스럽지 않냐는 일부의 염려에 대해 권 사장은 "인지도가 낮은 것은 인정하지만 기술력은 앞선다고 자신한다"며 "백신업계 특성상 바이러스 하나가 시장구도를 바꿀 수 있는 만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 코스닥에서 평가받겠다 =오는 22일은 하우리가 코스닥에 진입하는 날이다.
공모후 자본금은 75억4천만원.
안철수연구소(35억8천7백만원)에 비해 무겁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최초 거래가가 2천8백원(액면가 5백원)부터 시작해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우리가 출범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안철수 연구소가 독점하다시피한 국내 PC백신시장을 지난해 13%나 점유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62억여원과 15억여원으로 매출액 대비 이익률 24%를 기록했다.
올해는 1백20억원의 매출과 35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