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시선'서 우러난 원숙美 .. 울산 현대예술관 개인전 2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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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서양화가 김봉태(65),집단 무의식의 정서를 한지와 먹으로 표현해 온 한국화가 송수련(57).울산 현대예술관 갤러리의 올해 첫 기획초대전으로 나란히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들은 동·서양화 부문에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중견작가들이다.
장르는 비록 다르지만 인간의 내적 심성과 현대인들의 정서를 원숙한 기량으로 담아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서울대와 미국 오스티피어슨대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한 김씨는 서울 샌프란시스코 파사데나 등 세계 각국에서 31회의 개인전을 가질 만큼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준 작가다.
지난93년 ''김봉태 판화 30년전''을 통해 현대판화미술의 정수를 펼쳐보였고 최근에는 오일 평면작업 입체작 조각에까지 광범위한 조형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대작 ''윈도우(window)''시리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최근작들이다.
강한 원색에 수직 수평 빛을 조형적인 언어로 담아내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색면 구성을 연상시킨다.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컴퓨터의 ''윈도''와 디스켓의 이미지를 뚜렷한 선과 색으로 표현해 모던하면서 이지적인 느낌을 준다.
그 창은 작가 자신은 물론 관람객들에게도 열려있는 마음의 문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국립현대미술관장)는 "안과 밖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창은 회화가 갖는 닫힌 평면구조에 대한 반성을 유도하는 동시에 심미적인 여운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추계예술대와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송씨는 30여년동안 ''관조''라는 주제로 일관된 작품세계를 보여왔다.
그는 명쾌한 외적 형태를 지닌 사물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대상을 파악하고 이를 먹과 한지라는 동양전통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탐구하는 대상은 집단 무의식 속에 숨쉬고 있는 정서다.
작가는 이를 ''내적 시선''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장지에 수묵과 채색을 주로 다루지만 때로는 백발(白拔)법과 배채(背彩)법을 혼용하고 토분과 방해말(方解末)을 써서 응용한 벽화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작가의 의도가 현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을 아울러 전체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자칫 단조롭지만 바라볼수록 화려한 색과 빛의 조화를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담담하면서 운치 있는 근작 20여점을 내놨다.
2월 8일까지.(052)235-214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