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중개회사인 엔론의 부도 파문이 확산되면서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엔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제시될 각종 대책이 기업이나 경영활동에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엔론에 대한 법무부 수사나 의회 조사가 막 시작된 만큼 기업인들이 그 이후를 걱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비판을 받을수 있다. 그런데도 제2 엔론사태를 막기위해 내놓는 대책들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지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균형잡힌 대책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필요한 개혁조치''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경고하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손질이 예상되는 분야는 종업원퇴직연금,회계법인에 대한 감시장치,에너지중개제도,정치자금 등이다. 회계법인 문제와 관련해선 회계법인들의 주 수입원인 경영자문과 회계감사를 분리하는 문제,회계법인들 스스로 운영하는 자율규제장치를 외부의 규제로 대체하는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 중개제도와 관련해선 거래 규모나 가격 등에 대한 규제 철폐로 엔론의 초고속성장이 가능했다는 점을 의식,규제를 다시 살려내려는 듯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견 필요한 조치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배우 한명이 시원치 않다고 해서 영화를 다 바꾸는 것은 곤란합니다. 문제가 된 퇴직연금도 종업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규정을 까다롭게 만들면 기업만 골치 아파집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브루스 조스턴 부사장은 문제를 치료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또다른 규제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1년 전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를 약속하면서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인들이 그의 탈규제적인 철학에 박수를 보냈다. 엔론 사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제도적 허점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자율결정을 존중하는 기본원칙은 지켜달라는 것이 기업인들의 바람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